보수의 심장이라 불려온 경남 진주시 의 시장 선거가 이번에는 심상치 않다.
예전 같으면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던 공식은 흔들리고 있고, 그 틈에서 무소속 현직 시장과 민주당 후보가 동시에 살아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정책 경쟁보다 진영 내부의 증오와 불신이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6·3 지방선거 진주시장 선거는 사실상 세 갈래로 나뉜 보수의 자중지란에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공천에서 배제된 무소속 조규일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독자 생존에 성공했고, 국민의힘 한경호 후보는 “정통 보수”를 내세우며 당 조직 결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갈상돈 후보는 진보 진영 단일화를 통해 조용히 외연을 넓히며 틈새를 파고든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쪽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 전장은 보수 내부다.
특히 국민의힘과 경남도당은 조규일 후보에 대한 제명, 고발, 의혹 제기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공세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전략인지 되묻게 된다.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대신 같은 보수 진영 출신 인사를 향해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은, 중도층에게 피로감과 염증만 키울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과정 속에서 공당으로서 정책과 비전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 인구 유출, 산업 침체, 원도심 공동화, 지역 소멸 위기 같은 절박한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시민들은 “누가 진주를 살릴 것인가”를 묻고 있는데, 정치권은 “누가 더 배신자인가”를 놓고 싸우고 있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말이 바로 《채근담》의 문구다.
信人者 人未必盡誠 己則獨誠矣
남을 믿는 사람은 남들이 반드시 정성을 다한 것이 아니라도 자기 스스로가 정성을 다한 것이다.
疑人者 人未必盡皆詐 己則先詐矣
남을 의심하는 사람은 남들이 모두 속이는 것이 아니라도, 자기가 먼저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진주 보수 정치의 모습은 후자에 더 가까워 보인다.
끊임없는 의심과 공격, 내부 총질과 낙인찍기가 이어질수록 시민들은 오히려 “왜 저렇게까지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순간, 자신 역시 그 정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치는 결국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경쟁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선거판은 신뢰를 쌓기보다 불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조규일 후보를 견제하는 데 몰두할수록, 민주당 갈상돈 후보는 상대적으로 안정감 있는 대안처럼 보이는 역설적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른바 ‘어부지리’의 가능성이다.
진주는 오랫동안 보수의 도시였다.
그러나 보수의 강함은 상대를 짓밟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 다양성을 품어내는 데서 완성된다. 공천에서 배제됐다고 모두 적이 되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고 제거 대상이 되는 정치라면 결국 남는 것은 분열뿐이다.
선거 막판까지 변수는 많다.
보수 단일화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감정적 충돌과 흑색 공세가 계속된다면, 이번 선거는 단순한 시장 선거를 넘어 “누가 보수를 무너뜨렸는가”를 둘러싼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진주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증오의 정치가 아니다.
누가 더 상대를 공격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진주의 미래를 준비했는지에 대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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