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논란 직후 ‘청렴’ 강조한 사천시…시민 신뢰는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해야
사천시의회 의원 전용 주차장 논란에 이어 청렴 간담회…“청렴은 구호가 아니라 행정과 의정의 일관성에서 시작된다”
‘청렴’을 말하기에 앞서 시민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경남 사천에서 공교롭게도 두 장면이 맞물렸다.
하나는 사천시의회가 의원 전용 주차장 조성을 추진했다가 ‘특권 의식’ 논란이 일자 계획을 철회한 일이고, 다른 하나는 사천시가 인사·계약·보조금·인허가 등 부패 취약 업무를 대상으로 청렴 시책을 점검한 일이다.
두 사안은 직접적인 행정 절차상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시민의 시선에서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청렴과 공정성은 과연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5천만원 규모 의원 전용 주차장, 논란 끝에 개방형으로 수정
사천시의회는 최근 시청사 지하 출입구 주변에 약 350㎡ 규모의 15면 주차공간을 만들고, 무인 출입 차단 시스템 등을 설치하는 내용으로 2027년도 예산 5천만원 편성을 사천시에 요청했다.
시의회는 청사 내 주차 공간 부족과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시민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의원들에게 별도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외부 차량을 차단하는 시설까지 설치하는 것이 과연 시민 세금으로 추진할 사업인가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시의회가 그동안 공무원들의 청사 내 차량 이용과 주차 문제를 지적해 왔다는 점 때문에 특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결국 시의회는 논란이 커지자 무인 출입 차단 시스템 설치 계획을 철회하고, 의원 전용이 아닌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주차장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초 계획이 수정됐다는 사실 자체다.
공공기관의 사업은 처음부터 시민의 눈높이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지만, 논란이 발생한 뒤라도 문제점을 인정하고 계획을 바꾸는 것은 행정·의정의 책임 있는 대응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동시에 남는 질문도 있다. 왜 처음부터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설계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의장 선출 과정에서도 ‘공적 신뢰’ 논란
사천시의회의 신뢰 문제는 주차장 논란에서 처음 등장한 것도 아니다.
지난 7월 제10대 사천시의회 전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최용석 의원이 의장 선거 직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의장에 선출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당시 사천시의회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6석씩 차지한 상황이었다. 최 의원은 7표를 얻어 의장에 선출됐고, 탈당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의장직을 차지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 측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정치적 책임을 요구했다.
반면 최용석 의장은 이후 인터뷰에서 민생과 협치를 강조하며 협의와 합의를 중시하는 의회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 문제 역시 정치적 해석과 평가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적어도 분명한 것은 있다.
지방의회에서 의장 선출과 의회 운영 방식은 단순히 의원들끼리의 내부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 부여한 대표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천시가 ‘청렴’을 꺼냈다
이런 상황에서 사천시는 17일 박동식 시장 주재로 ‘2026년 슬기로운 청렴 업무 수행 바로 알기’ 간담회를 열었다.
대상은 인사, 계약 및 관리, 보조금, 제·세정, 인허가 등 민원인이나 사업자와 접촉이 상대적으로 많은 업무를 담당하는 9개 부서다.
간담회에서는 각 부서가 추진 중인 ‘1부서 1청렴’ 시책의 추진 상황과 사례를 공유하고, 부패 취약 요인과 개선사항을 점검했다.
소극행정, 청탁금지법, 사전컨설팅 감사제도 등 실제 공직자가 업무 과정에서 적용해야 할 제도에 대한 설명도 이뤄졌다.
박동식 시장은 업무 과정에서 원칙을 준수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서별 개선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취지만 놓고 보면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
인사와 계약, 보조금, 인허가는 시민과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직접 맞물리는 분야다.
작은 절차 하나의 차이가 시민에게는 공정성과 불공정성의 차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청렴은 ‘간담회’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다.
청렴은 교육자료를 만들고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실제 행정 과정에서 공정하다고 느끼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공무원이 민원인을 대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지, 계약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투명하게 관리되는지, 보조금이 적정하게 집행되는지, 인허가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같은 원칙이 적용되는지가 청렴의 실질적인 기준이다.
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시의원이 시민을 대표한다면 의정활동에 필요한 편의와 시민에게 돌아가는 공공자원의 경계를 끊임없이 따져야 한다.
주차장 하나도 예외가 아니다. 필요한 시설이라면 왜 필요한지, 얼마가 드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시민에게 어떤 편익이 돌아가는지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시민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계획을 수정하는 것도 의정의 일부다.
이번 주차장 논란에서 시의회가 결국 개방형 주차장으로 방향을 수정한 것도 바로 그런 사회적 검증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청렴’과 ‘특권’은 결국 같은 질문을 향한다
청렴과 특권은 얼핏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청렴은 “나는 규칙을 지킨다”는 선언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다른 사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태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시민에게는 공공시설 이용 질서를 지키라고 하면서 의원에게만 별도의 공간을 제공한다면 특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공직자에게 이해충돌과 부패 취약 업무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면서 정작 의회 운영에서는 시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청렴 정책의 설득력 역시 약해질 수 있다.
물론 사천시 집행부의 청렴 시책과 사천시의회의 주차장 계획은 서로 다른 기관과 업무에 관한 사안이다.
따라서 두 사건을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 다만 시민이 느끼는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라는 측면에서는 서로 무관하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청렴을 강조하는 기관’이 아니다
시민들이 행정기관과 지방의회에 기대하는 것은 거창한 청렴 구호가 아니다.
오히려 훨씬 단순하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예산을 아껴 쓰고, 결정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 있게 수정하는 것.
그것이면 된다.
이번 사천시의 청렴 간담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으려면 앞으로 실제 행정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인사와 계약, 보조금, 인허가 업무에서 어떤 개선이 이뤄졌는지 시민에게 설명하고, 부패 취약 분야에서 반복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사천시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의원 전용 주차장 논란에서 계획을 수정한 것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공공시설과 예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청렴’은 말보다 비교와 기록으로 증명된다
결국 시민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말이 아니라 기록이다.
얼마의 예산을 편성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는지, 시민 의견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수정했는지를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사천시가 이번에 청렴 시책을 점검한 만큼 앞으로 중요한 것은 청렴을 말하는 횟수가 아니라 실제 행정에서 달라지는 모습이다.
사천시의회 역시 특권 논란이 발생한 만큼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의정활동과 예산 사용 기준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권 논란이 지나간 자리에 청렴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청렴한 사천’을 말하는 것과 시민이 ‘청렴해졌다’고 느끼는 것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줄이느냐이다.
청렴은 행사장이 아니라 행정 현장에서 증명되고, 의정활동 역시 회의장이 아니라 시민의 눈높이에서 평가받는다.
사천시와 사천시의회가 이번 논란을 단순히 지나간 해프닝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공공기관의 신뢰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는 앞으로의 행동이 보여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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