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의원 ‘막말’ 논란, 사과로 끝낼 일인가…의회의 윤리 기준이 시험대다
여성 공무원과 업무 통화 중 부적절한 언행 논란…공무원노조 진상조사·재발방지 요구, 사천시의회 윤리절차 주목
지방의원에게 주어진 권한은 공무원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
시민을 대신해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부여된 의정 권한과, 집행부 공무원에게 언어적 압박을 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최근 사천시의회 박모 의원이 여성 공무원과 업무 관련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 9월 22일 업무와 관련해 해당 공무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던 중 화를 내며 부적절한 표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해당 공무원에게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 역시 당시 상황에 대해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고 밝히고 해당 공무원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끝낼 문제인지, 아니면 의회 차원의 공식적인 점검이 필요한지는 이제 사천시의회가 답해야 할 몫이다.
“개인적인 실수”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
이번 논란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발언의 수위만이 아니다.
왜 그런 언행이 발생했으며, 의원과 집행부 공무원 사이의 관계에서 권한이 어떻게 행사됐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지방의원은 집행부를 감시하고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공적인 절차와 논리로 이뤄져야 한다.
의원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원과의 업무 통화에서 모욕적이거나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다면, 단순한 감정싸움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의정활동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과 절차의 문제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상대방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천시의회가 만든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제도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사천시가 이미 직장 내 괴롭힘 근절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천시의회는 2026년 2월 ‘사천시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및 피해자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의결했다.
당시 사천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해당 개정안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와 적정한 조치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었다. 본회의에서도 원안 가결됐다.
그렇다면 이번 논란에서도 중요한 것은 제도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다. 실제 상황에서 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문제다.
규정은 책장 속에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될 때 비로소 제도의 신뢰가 생긴다.
윤리특별위원회가 ‘형식적인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천시의회는 이번 사안을 인지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석 의장은 관련 조례에 따라 윤리특별위원장과 논의해 윤리위원회 개최 등 후속 절차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천시의회에는 실제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등에 관한 규칙, 의원 행동강령 조례,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 조례 등이 마련돼 있다. 관련 규정들은 2025년에도 개정 절차를 거쳤다.
따라서 이번 사안의 핵심은 윤리특별위원회를 열고 안 열고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객관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관련 규정에 따라 일관된 기준으로 판단하느냐가 중요하다.
감정적인 여론몰이도 경계해야 하지만, 반대로 의원의 사과만으로 절차를 끝내는 것 역시 의회 윤리제도의 존재 이유를 약화시킬 수 있다.
피해 공무원 보호가 조사보다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피해를 주장하는 공무원에 대한 보호다.
공무원이 의원과의 업무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경험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조직 안에서는 여러 가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업무 관계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문제 제기 자체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진상조사 과정에서 당사자 간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고, 사실관계 확인과 피해자 보호를 분리해 진행하는 등 절차적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노조가 피해 공무원 보호와 철저한 진상조사,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의원의 ‘사과’와 의회의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박 의원은 자신의 언행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과는 필요한 첫 단계다. 그러나 개인의 사과와 의회의 제도적 책임은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당사자가 사과했다고 해서 의회가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논란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부분까지 확대해서 판단해서도 안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차분하고 객관적인 조사다.
△당시 통화에서 실제 어떤 발언이 있었는지
△업무상 어떤 경위에서 통화가 이뤄졌는지
△해당 언행이 의원의 의정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피해 공무원에게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관련 조례와 윤리규범에 적용할 수 있는 사항은 무엇인지
△재발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이 부분을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시민이 지켜보는 것은 ‘누가 옳으냐’보다 ‘의회가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지방의회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이다.
시민이 의원에게 기대하는 것은 강한 목소리가 아니다.
공적인 권한을 행사할 때 지켜야 할 절제와 책임이다.
집행부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강한 질책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행정에 대한 비판과 개인에 대한 모욕은 구분돼야 한다.
이번 논란 역시 바로 그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를 의회 스스로 점검해야 하는 사안이다.
더욱이 사천시의회는 이미 윤리강령과 행동강령, 윤리특별위원회 관련 규정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제도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안에서 시민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하나다.
“규정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 규정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느냐”다.
사천시의회, 이번에는 절차와 결과로 답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특정 의원 개인의 언행 논란으로만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의회가 어떻게 조사하고 어떤 절차를 밟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사천시의회가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확인하고, 당사자 보호를 충실히 하며, 관련 규정에 따른 판단 과정을 시민에게 설명한다면 이번 논란은 의회 윤리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사과 한마디와 내부 논의만으로 서둘러 마무리한다면 윤리규정과 피해자 보호제도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시민의 의문을 피하기 어렵다.
의회의 권위는 큰소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신에게도 동일한 윤리 기준을 적용할 때 비로소 생긴다.
이번 사안에서 사천시의회가 보여줘야 할 것은 특정인을 감싸거나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다.
사실에 근거한 조사, 피해자 보호, 규정에 따른 절차, 그리고 시민에게 설명하는 책임이다.
그것이 지방의회가 시민에게 보여줘야 할 최소한의 자정 능력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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