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환자 급증, 고기만 탓할 수 없다…식습관부터 검진까지 바뀌어야 한다
2023년 신규 환자 3만2,610명…젊은층까지 증가세|2028년 국가암검진 대장내시경 도입
대장암이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질환이 아니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국내에서 발생한 대장암 신규 환자는 남녀를 합쳐 3만2,610명에 달했다. 갑상선암에 이어 국내 암 발생 상위권에 위치한 가운데 젊은 연령층에서도 대장암 환자가 증가하면서 식습관과 생활습관, 검진체계 전반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고기를 많이 먹어서’라고 설명하기에는 상황이 복잡하다는 점이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 고지방 식품, 초가공식품의 과도한 섭취와 부족한 식이섬유, 운동 부족, 비만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고지방 식단, 대장암 자체보다 ‘전이’까지 살펴봐야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고지방 식단이 대장암의 간 전이와 관련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 MIT와 하버드대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 자료 등을 분석해 전이성 암세포의 특징을 살폈으며, 고지방 식단을 지속적으로 섭취한 동물에서 지방 성분인 세라마이드(ceramide)와 관련된 대사 변화가 나타나면서 전이성 암세포가 더욱 활성화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곧바로 ‘지방을 먹으면 대장암이 전이된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식생활과 암 발생·전이의 관계는 섭취하는 지방의 종류와 전체 식단, 체중, 운동량, 개인의 건강상태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기름진 식사를 반복하는 식습관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 ‘고기를 끊어라’가 아니라 조리법과 식단 구성이 중요하다
육류는 단백질과 철분 등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한다.
따라서 대장암 예방을 위해 무조건 고기를 먹지 말라는 식의 접근은 현실적이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먹느냐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의 과도한 섭취를 줄이고, 고기를 먹을 때는 채소와 통곡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고기를 지나치게 태우거나 고온에서 장시간 조리하는 습관도 피할 필요가 있다.
상추·깻잎·양파·마늘 등 채소를 함께 먹는 식습관은 육류 중심 식사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고기냐 채소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육류 중심으로 기울어진 식탁을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으로 다시 균형 잡는 것이 중요하다.
■ 젊은 대장암 증가, ‘나는 아직 젊으니까 괜찮다’는 생각이 위험하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젊은층의 대장암 증가다.
최근에는 20~39세에서도 대장암 환자가 크게 늘면서 기존의 ‘대장암은 나이 든 사람에게 생기는 암’이라는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젊다는 이유만으로 혈변이나 배변 습관의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다음과 같은 변화가 반복된다면 확인이 필요하다.
-. 혈변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 변비와 설사가 이전과 다르게 반복되는 경우
-. 갑자기 변의 굵기가 가늘어지는 경우
-.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지속되는 경우
-.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
-.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지속되는 경우
-.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감이나 빈혈이 나타나는 경우
물론 이런 증상이 있다고 모두 대장암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치질이겠지’, ‘스트레스 때문이겠지’라고 스스로 단정하는 것이 문제다.
특히 반복되는 혈변이나 배변 습관 변화가 있다면 의료진의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 대장암은 ‘얼마나 빨리 발견하느냐’가 치료 결과를 좌우한다
대장암에서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생존율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제공된 자료에 따르면 대장암이 대장에 국한된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은 94.0%지만,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20.4%까지 낮아진다.
같은 대장암이라도 발견 시점에 따라 치료의 범위와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대장암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암에 걸리지 않을까’가 아니라 ‘혹시 생겼다면 얼마나 빨리 발견할 수 있느냐’다.
■ 2028년부터 국가암검진 대장내시경 도입…검진 방식도 달라진다
대장암 검진체계에도 변화가 예정돼 있다.
현재 국가암검진에서는 분변잠혈검사를 먼저 시행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대장내시경으로 확인하는 방식이 중심이다.
정부는 젊은 연령층에서의 대장암 증가 등을 고려해 2028년부터 국가암검진에서 대장내시경을 첫 검사로 도입하고, 검진 시작 연령도 기존 50세에서 45세로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할 예정이다.
이는 대장암을 ‘나이 들어서 받는 검사’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조기에 확인해야 하는 암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다만 검진 확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검진 대상자가 실제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고, 내시경 검사에 대한 부담과 의료기관 접근성, 검사 인력과 의료자원의 확보 등 현실적인 과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 대장암 예방, 결국 식탁과 검진에서 시작된다
대장암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거창한 방법보다 일상적인 생활습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식습관을 줄이고, 채소·과일·통곡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기를 먹더라도 지나치게 태우는 조리법은 피하고, 삶거나 찌는 등 비교적 부담이 적은 조리법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적정 체중 유지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상 증상을 ‘치질’이나 ‘나이 탓’으로 넘기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
대장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났을 때만 병원을 찾는 것보다 연령과 위험요인에 맞춰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 ‘고기를 먹지 않는 것’보다 ‘잘 먹고 제때 검사하는 것’
대장암 증가를 단순히 육류 섭취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식생활의 서구화, 가공식품 섭취 증가, 식이섬유 부족, 운동 부족, 비만, 고령화와 젊은층 발생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법 역시 하나일 수 없다.
고기는 적정량을 먹되 채소와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고, 탄 음식과 가공육의 과도한 섭취를 줄이며, 위험 신호가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확인하고, 연령과 위험도에 맞는 검진을 놓치지 않는 것.
대장암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특별한 건강식품이 아니라 결국 매일의 식탁과 정기적인 검진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반적인 검진 기준만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의료진과 상담해 자신의 위험도에 맞는 검사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대장암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처럼 보이지만, 위험요인을 줄이고 조기에 발견할 기회 역시 일상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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