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공기업 5개사를 하나의 통합 법인으로 묶는 구조개편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을 단일 법인으로 통합해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취지는 분명하다.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분산된 조직 체계로는 대규모 투자와 장기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인력 재배치와 고용 안정, 중복 투자 방지와 경영 효율화라는 과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예상대로 '본사 유치 전쟁'이 시작됐다.
충청남도는 국내 석탄화력발전의 절반 가까이가 집중된 최대 전력 생산지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발전소 폐쇄로 인한 지역경제 충격을 고려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전남과 부산, 울산 등 기존 발전공기업 본사가 위치한 지역들도 산업 생태계와 지역경제 보호를 명분으로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통합 본사 입지 선정은 지역 안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 기준에서 보면 진주혁신도시는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지다.
무엇보다 이미 한국남동발전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17층 규모의 본사 청사가 완비되어 있어 별도의 부지 매입이나 수천억 원 규모의 신청사 건립 예산이 필요 없다. 통합 법인 출범과 동시에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큰 강점이다.
정주 여건 역시 경쟁 지역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경남혁신도시는 주거·교육·의료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구축되어 있으며, 공공기관 이전 경험을 통해 직원들의 조기 정착과 조직 안정화에 필요한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다.
특히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산업 생태계다.
진주혁신도시는 단순히 공기업 본사 하나가 있는 도시가 아니다. 남동발전을 중심으로 산·학·연 협력체계가 구축됐고, 발전 관련 협력업체와 연구기관, 전문인력이 집적되면서 에너지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수년간 축적된 이러한 자산은 하루아침에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통합 본사가 타 지역으로 이전한다면 단순히 본사 건물 하나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기존 산업 생태계와 지역경제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지역의 손실을 넘어 국가적 손실이다.
더욱이 정부가 수십 년 동안 추진해 온 혁신도시 정책의 신뢰성도 중요한 문제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공공기관을 이전해 놓고, 정권이나 정책 변화에 따라 다시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면 향후 어떤 지역이 국가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물론 충남이 주장하는 정의로운 전환과 지역 보상 논리 역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충격과 세수 감소는 반드시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그 해법은 통합 본사 이전이 아니라 특별법 제정, 지역 지원 확대,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등 별도의 정책 수단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합 법인 출범의 목적은 지역 간 나눠 먹기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 에너지 기업을 만드는 데 있다.
정부는 정치적 고려보다 행정 효율성, 비용 절감, 산업 생태계 유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우선해야 한다.
그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 어디인지는 이미 상당 부분 답이 나와 있다.
통합 발전공기업 본사의 최적지는 진주혁신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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