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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6-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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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9기 경남도정 슬로건 공모, 공정성과 진정성 요구되는 도민 참여

짧은 공모 기간과 제한적 참여 방식, 투명성 미흡으로 도민 신뢰 저하 우려

기사입력 2026-06-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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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9기 경상남도가 새로운 도정의 비전과 철학을 담을 슬로건 공모에 나섰다. 도민과 국민이 직접 참여해 향후 4년간 경남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표 문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도민 참여와 소통을 강조한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공모 방식과 절차를 들여다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가장 큰 문제는 공모 기간이다. 경상남도는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단 3일간 슬로건을 접수한다. 사실상 이틀 남짓한 기간 동안 경남의 미래 비전을 상징할 핵심 메시지를 도민들에게 제안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향후 4년간 경남도정을 대표할 상징어를 정하는 중대한 과정치고는 지나치게 짧다. 충분한 숙의와 공론화 없이 진행되는 공모는 자칫 "이미 내부적으로 방향을 정해놓고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민선9기 경남도정 슬로건 공모, 공정성과 진정성 요구되는 도민 참여

도민 참여를 강조하면서도 참여 방식 역시 한계를 드러낸다.

공모는 도청 홈페이지와 SNS, 구글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물론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접수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경남의 농어촌 지역과 고령층 인구 비중을 고려하면 오프라인 접수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연계 방식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디지털 접근성이 높은 일부 계층만 참여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도민 전체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결과에 대한 투명성이다.

도민들이 제출한 수많은 아이디어가 실제로 어떤 기준에 따라 평가되고 반영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부족하다. 최종 결정권은 결국 도청 내부 부서와 경남대도약준비팀이 갖는다. 채택 과정과 심사 기준, 탈락 사유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도민 참여는 정책 결정 과정이 아니라 단순 참고자료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번 공모가 진정한 소통보다 이벤트에 가까워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SNS 팔로우와 게시물 좋아요를 누른 뒤 구글폼을 제출하면 추첨을 통해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제공하는 방식은 민간 기업의 홍보 이벤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도정의 철학과 미래 비전을 고민하는 공론장이라기보다 온라인 참여 수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행사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도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경품 제공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문제는 형식보다 내용이다. 짧은 기간, 제한된 참여 방식, 불투명한 선정 절차가 결합되면 도민 참여는 상징만 남고 실질은 사라질 수 있다.

민선9기 도정 슬로건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다. 향후 4년 동안 경남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도민과 약속하는 정치적 선언이자 행정 철학의 압축된 표현이다. 참고로 지난 민선 8기 도정비전은 '활기찬 경남 행복한 도민'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라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하며, 선정 과정 또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도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이벤트가 아니라 과정이다. 참여의 형식보다 참여의 진정성이 먼저다. 민선9기 경남도정이 진정으로 도민과 함께하는 도정을 표방한다면, 보여주기식 공모가 아닌 실질적인 숙의와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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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주 기자 (jinju.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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