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오는 11월 17일 창원에서 국내외 SMR 전문가 400여 명이 참석하는 ‘2026 경남 SMR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와 기업, 연구기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내 대표 원전 산업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경남도가 이 행사를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SMR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고, 경남은 이미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원전 기자재 제조기업들이 집적된 국내 최대 원전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남은 대한민국 원전 제조 산업의 심장부라 불릴 만큼 강력한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 원전 주기기 제작부터 핵심 기자재 공급까지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SMR 시대가 본격화되면 경남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콘퍼런스 개최 자체가 경쟁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행사가 끝난 뒤 무엇이 남느냐다.
현재 글로벌 SMR 시장은 기술 경쟁보다 표준 경쟁이 더 치열하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이 서로 다른 설계 방식과 안전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국가마다 인허가 체계와 규제 기준도 달라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장벽이 존재한다.
경남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조 능력을 넘어 국제 인증과 품질 기준, 공급망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지역 중소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형 원전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 공급망의 경쟁력은 수많은 중소·중견 협력업체에서 나온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상당수 지역 기업들은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해외 인증과 마케팅, 투자 유치 역량 부족으로 세계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가 성공하려면 단순한 기술 발표회가 아니라 실제 수주 상담과 공급망 매칭, 투자 설명회가 함께 이뤄지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과제는 SMR 파운드리 구축이다.
최근 원전 업계는 SMR을 반도체 산업의 파운드리 개념처럼 표준화된 방식으로 대량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남이 이를 선점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 구축에는 막대한 투자와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경기 변동과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안정적인 투자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다.
무엇보다 경남은 이제 원전산업의 과거가 아닌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
대형 원전 중심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SMR, 원전해체, 원전 디지털화, AI 기반 유지보수 등 미래 원전산업 전반으로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화에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번 SMR 국제콘퍼런스는 경남 원전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성과는 행사 규모나 참가 인원 숫자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지역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했는지, 얼마나 많은 수주 계약이 체결됐는지, 얼마나 많은 미래 일자리가 창출됐는지가 성공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SMR 시대의 주도권은 회의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력과 생산력, 그리고 공급망 경쟁력이 승부를 가른다. 경남이 대한민국 원전산업의 중심을 넘어 글로벌 SMR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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