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쓰레기를 줄이고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어구·부표 보증금제가 시행 2년 차를 맞고 있다. 경상남도가 22일 수산안전기술원 고성지원에서 연안 7개 시·군과 함께 어구·부표 보증금제 제도 정착 실무협의회를 열어 제도 개선에 나선 것도 현장의 불만과 한계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도의 취지는 분명하다. 어구와 부표를 구매할 때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납부하고, 사용 후 지정된 장소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폐어구의 무단 투기와 해양 유입을 줄여 깨끗한 바다를 만들자는 취지에는 누구도 반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현실이다.
현장의 어업인들이 가장 크게 지적하는 부분은 반납 인프라 부족이다. 제도를 만들었지만 정작 반납할 장소가 부족하다. 특히 도서지역이나 외곽 어촌의 경우 폐어구를 차량에 싣고 먼 거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어민 입장에서는 보증금 환급액보다 운반 비용과 노동력이 더 많이 들어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환경정책이 참여를 유도하기보다 오히려 참여를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가 된 것이다.
어업 현장의 특수성도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태풍과 강풍, 급격한 조류 변화, 대형 선박과의 충돌 등으로 어구가 유실되는 사례는 어업 현장에서 흔한 일이다. 어민의 과실이 없음에도 어구를 잃어버리면 구입 비용 손실에 이어 보증금까지 돌려받지 못하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된다.
어민들이 제도를 '환경보호'보다 '추가 부담'으로 인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규제 중복 논란도 적지 않다.
이미 어구 실명제와 각종 수산환경 규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보증금제까지 추가되면서 현장에서는 "규제는 늘어나는데 지원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대규모 조업을 하는 어민들은 어구 구매 시 수백만 원 상당의 보증금을 선납해야 하는 만큼 초기 자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제도의 실효성 역시 점검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낮은 회수율이 지속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집하장 부족과 운영 미비로 인해 제도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판매량 대비 회수율 통계조차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일부 업체에서는 보증금만큼 제품 가격을 할인해 사실상 제도를 무력화하는 편법 거래도 발생하고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정책 설계보다 실행력에 있다.
환경정책은 규제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참여자가 불편하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장에서 외면받는다. 어민들에게 책임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번 경남도의 실무협의회에서 논의된 순회 수거 차량 도입, 어촌계 연계 거점 확대, 반납장소 운영 개선은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제도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규정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쉽게 반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보증금제의 취지를 강조하기 전에 어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편의성과 보상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
바다는 지켜야 한다. 그러나 바다를 지키는 정책이 어민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환경 보호와 어업 생존이 충돌하지 않는 지점, 그 균형을 찾는 것이 지금 보증금제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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