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원대학교가 2019년 4월 당시 최해범 총장 해임건의안이 전체 교수 투표에서 가결된 이후 또다시 총장 불신임 사태라는 깊은 내홍에 빠졌다. 이번에는 박민원 총장이다. 지난 22일 오전 6시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전체 전임교수 385명을 대상으로 박민원 총장 불신임안 온라인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전임교수의 88%가 넘는 높은 투표 참여율 속에서 투표자 67.74%가 불신임에 찬성했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정치적·도덕적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교수사회가 총장에게 사실상 '신임 철회'를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인사 갈등이 아니다. 국립창원대의 미래 비전을 둘러싼 철학의 충돌이다. 대학본부는 과학기술원 전환과 특별법인화를 대학 생존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급변하는 고등교육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교수사회는 정반대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원 전환은 종합국립대학교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충분한 공론화와 합의 과정 없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명예교수 임명 거부, 학장 임명 거부, 특정 단과대학 중심의 교수 정원 배정, 대학평의원회 의결 무시 논란까지 겹치면서 불신은 폭발했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총장이 최고경영자처럼 일방적으로 방향을 정하고 구성원들이 따라야 하는 조직도 아니다. 특히 국립대학은 교수, 직원, 학생, 지역사회가 함께 운영하는 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진다. 혁신이 아무리 필요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합의가 결여된다면 혁신은 독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교수사회 역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 위기는 이미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기존 체제를 무조건 유지하는 것이 대학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경우 개혁의 명분 역시 약해질 수 있다.
문제는 혁신이냐 보존이냐의 선택이 아니다. 혁신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의 문제다. 지금 국립창원대에 필요한 것은 승자도 패자도 아닌 진정성 있는 대화다. 총장은 교수사회의 경고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교수회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학의 미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불신임 투표는 법적으로 총장을 흔들지는 못한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 다수의 신뢰를 잃은 리더십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물음표를 남겼다. 박민원 총장이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국립창원대의 위기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혁신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로 완성된다. 그리고 대학의 미래는 권한이 아니라 소통 위에서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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