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다. 국지성 집중호우와 초대형 산불, 반복되는 가뭄은 더 이상 예외적 재난이 아니다. 경상남도가 지리산 자락 함양군 마천면 군자리에 20억 원을 투입해 다목적 사방댐을 조성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번에 준공된 다목적 사방댐은 단순한 산사태 방지 시설을 넘어 산불 진화용 취수원과 농업용수 공급 기능까지 갖춘 복합 방재시설이다. 집중호우 때는 토석류를 막고, 산불이 발생하면 헬기 담수장 역할을 하며, 가뭄 시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이른바 ‘1석 3조’의 시설이다.
특히 지리산 자락과 같은 산림재해 취약지역에서는 주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망으로서 의미가 크다. 최근 기후변화로 재난의 복합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단일 목적 시설보다 다기능 방재 인프라 구축은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설 준공 자체가 곧 재난 대응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짜 과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방댐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집중호우 때마다 계곡 상류에서 밀려오는 토사와 돌이 댐 내부에 쌓이면 저수 용량은 급격히 감소한다. 결국 산사태 예방 기능은 물론 산불 진화와 농업용수 공급 능력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기적인 준설과 유지관리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시설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환경적 논란도 존재한다. 사방댐은 구조적으로 계곡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시설이다. 어류와 수생생물의 이동을 막고 자연적인 수계 흐름을 변화시켜 장기적으로는 생태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 또 다른 환경 훼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관리 사각지대다. 대부분의 사방댐은 깊은 산속 계곡 상류에 위치한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정기 점검과 유지보수가 쉽지 않다. 만약 배수시설이 막히거나 구조물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집중호우 때 저장된 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오면서 오히려 더 큰 재난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다목적 사방댐의 성공 여부는 설치 개수나 예산 규모가 아니라 관리 체계에 달려 있다. 준공식이 끝났다고 사업이 끝난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안전 점검, 퇴적물 관리, 생태계 영향 평가, 주민 참여형 모니터링까지 포함한 종합 관리 시스템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방재시설은 콘크리트 구조물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예방과 관리, 환경과 안전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재난 대응 인프라가 될 수 있다. 함양 다목적 사방댐이 성공 사례가 될지, 또 하나의 관리 대상 시설로 남을지는 이제 운영과 관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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