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행정은 단순한 인허가 절차가 아니다. 지역의 안전과 도시 경쟁력, 그리고 투자 환경을 결정하는 중요한 행정 서비스다. 그런 점에서 경상남도가 시·군마다 제각각 적용되던 건축 기준을 정비하고 대형 건축물 심의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변화다.
현재 건축 현장에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같은 법을 두고도 지자체마다 다른 해석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특히 보강토옹벽의 석축 해당 여부, 구조안전확인서 제출 기준, 옹벽 높이 산정 방식 등은 담당 부서와 지역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어느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추가 비용과 사업 일정이 달라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돼 왔다.
문제는 이러한 행정의 불일치가 단순한 민원 차원을 넘어 지역 투자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예측 가능한 행정은 기업과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지만, 담당자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행정은 불확실성을 키우고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건축행정의 핵심은 규제 강화나 완화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일관성에 있다.
대형 건축물 심의 절차 역시 개선이 시급한 분야다. 현재는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를 각각 진행하면서 사업 추진에 수개월이 소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의가 중복되고 절차가 반복되면서 행정 비용과 사회적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경남도가 추진하는 공동심의 확대는 이러한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실제로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 인허가 기간 단축은 물론 행정 효율성 향상과 투자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심의 기간만 줄이는 데 집중해서는 안 된다. 심의 품질과 전문성, 안전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심사의 깊이가 얕아진다면 또 다른 부실행정 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협의체 회의가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발굴된 문제점이 실제 법령과 조례 개정으로 이어지고, 개선된 기준이 모든 시·군에 동일하게 적용될 때 비로소 제도개선의 의미가 완성된다. 또한 공공건축가와 민간전문가 제도를 체계적으로 운영해 지역별 건축 품질 격차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경남도가 추진하는 건축행정 혁신의 본질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다. 누구나 예측 가능한 기준 아래 신속하고 공정한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회의가 아니라 실행이다. 현장의 혼선을 줄이고 행정 신뢰를 높이는 실질적 변화가 뒤따를 때 경남의 건축행정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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