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서로 전혀 다른 조직이다. 하나는 국가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대표 축구를 운영하는 민간 스포츠단체다. 그러나 최근 두 조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반복되는 실수와 책임 회피, 그리고 외부의 비판보다 조직을 먼저 지키려는 폐쇄적 문화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과정마다 절차 논란을 반복했고,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32강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선관위 역시 2022년 '소쿠리 투표' 논란 이후에도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지 부족 사태를 막지 못하며 관리 능력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웠다. 분야는 달라도 결과는 같다. 같은 문제가 반복됐고, 같은 방식으로 신뢰를 잃었다.
미국 사회학자 필립 셀즈닉은 조직이 시간이 흐를수록 본래의 공적 목적보다 조직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축구협회와 선관위가 보여주는 모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절차를 합리화하는 해명이 아니라 실패를 인정하고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실천이다.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선관위가 사과문을 발표하거나 자체 개선안을 내놓는다고 신뢰가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시작일 뿐이며, 조직 운영 방식이 그대로라면 실패는 언제든 반복된다.
특히 홍명보 감독의 사퇴 발표가 생중계 기자회견이 아닌 녹화 영상으로 진행된 점은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은 있었지만, 국민과 팬들의 질문을 직접 마주하지 않는 방식은 진정성을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위기일수록 지도자는 준비된 영상보다 공개적인 소통으로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
영국축구협회가 국제대회 부진 이후 감독 교체에 그치지 않고 거버넌스와 유소년 육성 시스템까지 손질했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직은 위기를 숨길 때가 아니라 구조를 바꿀 때 살아난다.
국민은 완벽한 조직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조직에는 더 이상 관용을 보내지 않는다. 공정과 신뢰를 내세우는 기관일수록 더 높은 책임 기준을 스스로 적용해야 한다. 조직의 명예는 침묵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책임과 개혁으로 회복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사과문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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