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숲길 제1호인 지리산둘레길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둘레길 12개 구간의 대표식물 14종을 선정하고 이를 활용한 축제와 먹거리, 체험 프로그램으로 연계하는 산림관광 특성화 사업에 나선다. 이용객 감소와 침체된 산촌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관광 콘텐츠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관광 활성화가 곧 지속 가능한 산림 보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관광과 생태 사이의 균형을 잃는 순간 지리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멸종위기 식물 보호 문제다. 산청 지역의 대표식물로 선정된 나도승마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생지 정보가 과도하게 알려질 경우 불법 채취나 훼손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 관광객 증가보다 먼저 확보돼야 할 것은 철저한 보호 체계다.
대표식물 선정의 방향성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매실나무와 차나무, 감나무, 고로쇠나무처럼 이미 지역 특산물로 널리 알려진 식물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지리산 고유의 생태적 가치보다 지역 특산품 홍보에 무게가 실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관광은 농산물 마케팅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 축제와의 차별성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벚꽃과 철쭉, 야생차 등은 이미 수십 년간 지역 대표 축제로 활용돼 온 자원이다. 둘레길이라는 이름을 더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관광 수요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방문객이 다시 찾을 수 있는 독창적인 스토리와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계절 편중 역시 현실적인 문제다. 봄꽃 중심 콘텐츠는 특정 시기에만 관광객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사계절 내내 찾는 산림관광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숲 해설, 생태교육, 치유 프로그램 등 계절과 관계없이 운영 가능한 콘텐츠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관리 체계다. 대표식물을 선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식물 군락을 보호하고 생태환경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다. 또한 관광 수익이 일부 지역이나 특정 업종에 집중되지 않고 산촌 주민 전체에게 고르게 돌아갈 수 있는 구조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지리산은 관광상품 이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태자산이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을 지키면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더 큰 가치다. 지리산둘레길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불러들이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자연을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지리산둘레길 #경상남도 #산림관광 #생태관광 #지리산 #대표식물 #국가숲길 #산촌경제 #멸종위기식물 #나도승마 #하동여행 #산청여행 #함양여행
전국 주유권, 편의점, 카페 등 10% 할인되는 모바일 쿠폰 '업플러스' 가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