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이른바 '3대 메가 프로젝트'에서 대구가 제외되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추경호 대구시장을 향해 연일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을 정치적 책임론으로만 몰아가는 것이 과연 해법인지 되묻게 된다.
홍 전 시장은 대구가 국가 전략사업에서 "단돈 1원도 가져오지 못했다"며 추 시장의 정치력과 시민들의 선택을 문제 삼았다. 나아가 지방선거 결과와 추 시장의 사법 리스크까지 거론하며 대구가 정부로부터 소외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지역 정치권을 향해서도 "갈라파고스"와 "고담시티"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무능을 질타했다.
하지만 국가 전략산업 투자 유치는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력만으로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다. 국가 산업정책과 기업 투자 전략, 입지 여건, 인프라, 경제성, 균형발전 정책 등 복합적인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를 모두 특정 인물의 책임으로 단정하는 것은 정치적 주장일 수는 있어도 객관적인 분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추경호 시장 역시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구·경북 정치권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반도체와 첨단산업 투자는 지역 안배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으며, 대구가 국가 첨단산업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협의를 이어왔다. 정부의 투자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곧바로 지역 행정의 실패로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오히려 이번 논란이 보여주는 것은 특정 정치인을 향한 책임 공방보다 지역의 협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에서 지역 균형발전과 산업 경쟁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은 지방정부와 지역 정치권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정치적 공방이 길어질수록 정작 중요한 대구의 미래 전략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인의 거친 말싸움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와 미래 산업이다. 지역 경제를 살릴 실질적인 투자와 기업 유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홍 전 시장의 쓴소리가 지역 발전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비판은 사실과 균형 위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반대로 추경호 시장 역시 정부를 향한 지역 홀대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대구의 경쟁력을 높일 구체적인 성과로 시민들의 기대에 답해야 한다.
대구의 미래는 정치적 수사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협력하며 국가 전략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치력과 행정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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