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폭염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건강을 위협하는 계절 재난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하지만, 무조건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탈수만큼이나 과도한 수분 섭취 역시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탈수 환자는 1만9천937명으로 한 달 전보다 31.3% 증가했으며, 8월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높은 기온과 습도로 땀 배출이 늘면서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동시에 빠져나간 결과다. 문제는 갈증을 느낄 때쯤이면 이미 탈수가 시작된 상태라는 점이다. 피로감과 두통은 물론 심하면 혈압 저하와 의식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탈수를 막겠다고 한꺼번에 많은 물을 들이켜는 것도 위험하다. 짧은 시간 동안 과도하게 물을 마시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 이른바 '물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두통과 메스꺼움에서 시작해 심한 경우 뇌부종과 의식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어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올바른 수분 보충의 핵심은 '많이'가 아니라 '자주'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습관이 가장 효과적이다. 장시간 야외활동이나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렸다면 당분이 과도하지 않은 이온음료 등을 활용해 전해질을 함께 보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면 아이스커피나 에너지음료, 술은 이뇨작용을 촉진해 오히려 체내 수분을 빼앗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한 모든 사람에게 같은 수분 섭취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심부전, 만성콩팥병, 간경화 등 체액 조절이 필요한 만성질환자는 과도한 수분 섭취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수분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폭염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특별한 보약이 아니다. 갈증을 기다리지 않는 작은 습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적절한 수분과 전해질 보충, 그리고 충분한 휴식이 여름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물도 약이 될 수 있지만, 잘못 마시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편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열사병, 열탈진 등)을 예방하는 핵심은 '물, 그늘, 휴식' 3대 수칙을 지켜야 한다. 따라서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미리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고, 가장 더운 낮 시간대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며 시원한 곳에서 자주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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