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특히 행정조직에서는 경험이 곧 경쟁력이고, 선배 공무원이 축적한 실무 노하우는 후배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경상남도가 직원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실무 역량을 높이기 위해 8일 도청 소회의실에서 실무 중심 소통 프로그램 '꿀팁상회'를 운영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러한 경험을 조직 전체의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다.
기존 공직 교육은 법령과 규정, 행정절차를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직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교과서에 없는 실무다. 보고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인공지능(AI)을 업무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근무평정은 무엇을 기준으로 이뤄지는지와 같은 업무 과정에서 느끼는 궁금증과 고민을 자유롭게 나누며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현실적인 고민은 매뉴얼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꿀팁상회'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전 설문을 통해 직원들의 궁금증을 수렴하고, 선배 공무원의 실제 경험과 사례를 중심으로 해답을 제시하는 방식은 기존의 일방향 교육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행정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소통형 교육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경험은 어디까지나 경험일 뿐,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선배 공무원의 업무 방식이 항상 정답일 수는 없다. 오랜 관행이 법령이나 최신 행정지침과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정 개인의 업무 스타일이 조직 전체의 표준처럼 받아들여질 경우 잘못된 관행이 오히려 고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책임의 경계다. 선배의 조언을 참고해 업무를 처리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결국 실무 담당자가 진다. 비공식적인 '꿀팁'은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공식적인 행정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경험 공유와 행정 책임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는 이유다.
운영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경험이 많은 선배 직원에게 교육과 멘토 역할이 집중되면 본연의 업무 외에 강의 준비와 질의응답, 후배 상담까지 떠안게 된다. 자칫 조직 내 일부 직원에게만 부담이 쏠리는 구조가 되면 제도의 지속성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계약 실무와 자치법규, 보조금 관리 등으로 교육 분야가 확대될수록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다. 단순한 경험담을 나누는 수준을 넘어 법령과 지침, 실제 사례를 함께 검증하고 축적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우수 사례는 표준 매뉴얼로 발전시키고, AI 기반 지식관리시스템(KMS)과 연계해 조직 전체가 함께 활용하는 구조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꿀팁상회'의 진정한 성공은 교육 횟수나 참석 인원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선배의 경험이 개인의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될 때, 그리고 그 경험이 객관적인 제도와 결합해 행정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때 비로소 이 프로그램은 공직사회의 새로운 혁신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공직사회는 더 이상 혼자 일하는 시대가 아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조직만이 변화하는 행정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꿀팁'은 경험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제도와 문화로 완성될 때 가장 큰 가치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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