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지난 10일 도청 중회의실에서 국토지리정보원과 손잡고 1974년부터 2008년까지 촬영된 경남지역 개발제한구역 항공사진 약 10만 장을 디지털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다. 반세기 동안 필름과 인화사진으로 보관되던 공간기록이 국가 공간정보로 전환되면 행정 효율성과 국민 편의는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과거 항공사진은 자료를 열람하기 위해 민원인이 직접 방문해야 했고, 오래된 필름은 훼손과 변색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행정기관 역시 자료 검색과 활용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다. 디지털 전환은 이러한 비효율을 개선하고 도시계획과 개발행정, 토지보상, 환경관리, 재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경남도가 지방재정의 한계를 인정하고 국가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점이다. 지방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공간정보 구축사업을 중앙정부와 협력해 추진한 것은 예산 효율성과 정책 연계 측면에서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속도다. 전체 10만 장 가운데 올해 디지털화되는 물량은 약 2만 1천 장에 불과하며, 전체 사업 완료까지는 2028년을 기다려야 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완성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계별 구축 과정에서 지역별·연도별 정보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데이터 품질도 중요한 과제다. 반세기 가까이 보관된 필름과 인화사진은 이미 변색과 훼손이 진행된 사례가 적지 않다. 아무리 첨단 장비를 활용하더라도 원본 자체의 손상이 심하면 고품질 디지털 자료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충분한 복원 기술과 품질 검증 없이 속도만 앞세운다면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데이터만 양산할 위험도 있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디지털화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은 출발일 뿐이다. 이를 도시계획과 재난관리, 환경정책, 토지 행정 등 실제 정책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후속 전략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공개 가능한 자료는 국민과 연구기관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행정 시스템과의 연계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번 사업이 진정한 성공 사례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오래된 사진을 스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정확한 데이터 품질 관리와 신속한 사업 추진, 실질적인 행정 활용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국가 공간정보 구축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국민과 행정이 얼마나 가치 있게 활용하느냐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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