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을 통해 국비 400억 원을 확보하며 ‘2026년 산업단지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 구축 및 운영사업’에 마산자유무역지역과 사천일반산업단지를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전환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총사업비 643억 원을 투입해 태양광과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바이오가스 연료전지 등을 구축하고, 발전 수익을 기업과 근로자에게 환원하는 이른바 '햇빛소득' 모델까지 도입한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과 RE100,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산업단지의 에너지 자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실에서 저렴한 전력 공급과 에너지 비용 절감은 기업 경쟁력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공모사업 선정이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평가는 예산 확보가 아니라 사업이 끝난 뒤 기업과 근로자가 체감하는 변화로 이뤄져야 한다.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다. 총사업비 가운데 국비를 제외한 약 243억 원은 지방비와 민간자본이 부담해야 한다. 초기 투자 이후 발전 수익이 예상보다 낮거나 민간 참여가 저조할 경우 사업의 지속성은 흔들릴 수 있다. '햇빛소득'이라는 새로운 모델 역시 구체적인 수익 배분 기준과 운영 체계가 투명하게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인프라 구축이 곧 산업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에너지관리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제조 혁신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생산 공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기업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 혁신이 함께 추진돼야 스마트그린산단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경남은 이미 산업단지 태양광 보급량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입주기업의 태양광 설치율은 아직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관건은 시설을 얼마나 많이 설치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하느냐다. 중소기업이 초기 투자 부담 없이 재생에너지 설비를 도입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과 기술 컨설팅, 실증사업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
산단별로 추진되는 사업을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관리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AI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활용해 발전량과 소비량, 탄소 감축 효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객관적인 성과지표를 공개해야 정책의 신뢰성과 민간 투자도 높일 수 있다.
이번 사업은 경남 산업단지가 친환경 산업단지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성공 여부는 태양광 발전 용량이나 국비 확보 규모가 아니라, 입주기업의 생산성이 얼마나 높아졌고 근로자의 삶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보여주기식 친환경 사업을 넘어 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실현하는 실질적인 혁신 모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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