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잘 대할수록 사장이 손해 보는 제도, 과연 정상인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는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다. 그러나 개인사업자에게 적용되는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 제도는 이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직원에게 자신의 급여보다 높은 연봉을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주에게 실제 소득을 뛰어넘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 확보라는 취지가 성실한 사업자에게는 과도한 부담으로, 불성실 신고자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성실 신고자가 손해 보는 기형적인 구조
현행 건강보험법 시행령은 개인사업자의 소득이 사업장 내 최고 연봉 근로자보다 낮을 경우, 사업주의 건강보험료를 최고 급여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소득을 의도적으로 낮게 신고하는 편법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실제로는 전문 인력을 영입하거나 핵심 직원에게 높은 연봉을 지급하는 정상적인 기업 경영까지 동일한 잣대로 판단하면서 성실한 사업주들이 '건보료 폭탄'을 맞는 사례가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객관적인 소득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사업주의 경우 평균 급여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받는 경우가 있어, 성실 신고자가 오히려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제도의 허점을 막겠다며 만든 장치가 오히려 정직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아이러니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인재 투자 막는 규제는 결국 경제를 위축시킨다
이 같은 제도는 기업의 인재 투자 의욕까지 떨어뜨린다.
직원 연봉을 올려주면 건강보험료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라면 사업주는 자연스럽게 임금 인상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피해는 근로자에게 돌아간다.
성과급 지급을 망설이고, 우수 인재 채용을 포기하며, 기업 경쟁력도 약화된다.
정부가 한편에서는 청년 일자리 확대와 임금 개선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가로막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제는 '추정'이 아닌 '실제 소득'으로 부과해야 한다
건강보험료는 무엇보다 형평성이 중요하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제보다 많은 소득이 있다고 가정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공정 과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따라서 사업주의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소득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하는 사업주에 대한 제재는 더욱 강화해 성실 신고자가 손해 보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정 규모 이상의 개인사업자는 법인 전환을 통해 보험료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도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제도의 목적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건강보험은 국민 모두가 함께 유지하는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성실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편법을 쓰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우수한 직원을 채용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는 사업주가 처벌받는 듯한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보험 재정 안정뿐 아니라 공정성과 현실성이라는 두 축 위에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그것이 성실한 납세자를 보호하고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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