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는 더 이상 '야생멧돼지의 병'이 아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위협이 다시 커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전국 7개 시도에서 24건 발생했으며, 경남에서도 5건이 확인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제는 돼지 혈액을 원료로 한 사료, 불법 반입 축산물, 외국인 근로자의 이동, 사람과 차량의 출입, 그리고 야생멧돼지의 남하까지 여러 위험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인 양상으로 변화했다. 방역 역시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경상남도가 지난 14일 외국인 근로자 입국 단계부터 양돈농장, 도축장, 사료 제조, 야생멧돼지 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全) 주기 방역관리'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정보를 농장주와 지자체에 즉시 공유하고, 농장 투입 전 방역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기존 방역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의미 있는 변화다. 또한 도축장의 혈액탱크 검사와 사료 원료의 이력관리, 농장 환경검사 확대는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는 예방 중심의 방역체계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제도만으로 ASF를 막을 수는 없다. 아무리 촘촘한 방역망을 구축해도 농장 현장에서 기본 수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모든 노력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외부인 출입 통제, 차량 소독, 작업복과 장화 교체, 불법 축산물 반입 금지, 폐사체 즉시 신고 같은 기본 원칙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최근 경북 고령에서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발견되면서 합천과 창녕 등 경남 북부 지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야생멧돼지 이동은 행정의 힘만으로 막기 어렵다. 환경당국과 지자체, 축산농가, 수렵인 모두가 같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ASF에는 아직 효과적인 백신이 없다. 결국 가장 강력한 백신은 철저한 차단방역과 현장의 실천이다. 바이러스는 작은 빈틈 하나만 있어도 농장 전체를 위협하지만, 방역은 작은 실천 하나가 지역 축산업을 지킬 수 있다.
ASF와의 싸움은 행정만의 몫이 아니다. 농장주와 근로자, 관련 기관 모두가 방역의 주체라는 인식을 공유할 때 비로소 경남의 양돈산업과 축산농가의 생계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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