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지방의회는 아직도 출발선에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있다.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원 구성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주민들이 기대했던 민생 의정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천시의회다. 유권자들은 여야 6대 6이라는 절묘한 균형을 선택했지만, 의장 선거 직전 특정 의원의 탈당과 상대 정당의 지지로 의장이 선출되면서 '밀실 거래'와 '정치적 야합' 논란이 불거졌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정치는 법 이전에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정당을 보고 표를 던진 시민 입장에서는 표심이 하루아침에 뒤집힌 셈이다.
함안군의회도 다르지 않다. 부의장 선출이 가부동수로 무산되면서 상임위원회 구성과 개원식마저 연기됐다. 의회가 출범한 지 2주가 넘도록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실은 주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갈등이 일회성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방의회 원 구성 때마다 반복되는 자리 나눠먹기, 정당 간 야합, 탈당, 금품수수 의혹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일부 의회에서는 의장 선출이 정책 경쟁이 아니라 권력과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정치 게임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주민이다.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고령화, 복지 확대, 재난 대응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의회는 감투싸움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의회의 공백은 결국 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고, 그 부담은 시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지방의회는 정당의 전리품을 나누는 곳이 아니다. 주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이며,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주민을 대신해 일하도록 선택받은 공복이다. 의장직 역시 권력이 아니라 의회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한 책임의 자리다.
이번 사태는 지방의회 원 구성 방식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다수당 독식이나 밀실 협상, 돌발 탈당으로 결과가 뒤집히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주민의 정치적 신뢰는 더욱 무너질 수밖에 없다. 원 구성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의원들의 정치적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유권자는 감투를 위해 표를 준 것이 아니다.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민의 삶을 지켜달라는 책임을 맡긴 것이다. 지방의회가 그 본분을 잊는 순간, 주민의 신뢰는 물론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의회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주민의 것이다는 진리를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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