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국민의힘의 내홍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제 논쟁의 중심은 정책도, 민생도 아니다. 지도부 책임론과 당권 경쟁이 당을 집어삼키고 있다.
2026년 7월 15일 CBS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장동혁 대표를 향해 지방선거 패배의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대표라면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라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 당 내부에 쌓인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난 신호로 읽힌다.
권 의원의 비판은 단순히 선거 패배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그는 장 대표가 당 혁신보다 부정선거 주장과 장외 정치에 몰두하고 있으며, 국민보다 당원만 바라보는 정치로 외연 확장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보수가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당원 중심이 아니라 국민 중심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떠오르는 말이 있다.
한비자(韓非子)의 '목불견첩(目不見睫)'이다.
"눈은 백 걸음 밖은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눈썹은 보지 못한다."
정치는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정작 자신의 허물에는 쉽게 눈을 감는다. 남의 책임은 크게 보면서 자신의 책임은 외면하는 순간 국민의 신뢰는 멀어진다.
선거는 국민이 내리는 가장 냉정한 평가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남 탓만 반복하거나 내부 권력 다툼에 빠진다면 어떤 혁신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책임을 지는 용기보다 자리를 지키는 계산이 앞서는 정당은 미래를 이야기할 자격도 없다.
물론 당 대표의 거취는 당내 절차와 구성원의 판단을 통해 결정될 문제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나오든 중요한 것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정치문화다. 선거에서 패배하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국민은 다음 선거에서도 그 정당에 다시 기회를 줄 이유를 찾기 어렵다.
암튼 보수든 진보든 국민이 원하는 것은 서로를 향한 비난이 아니다. 왜 국민이 등을 돌렸는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스스로를 바꾸는 정치다. 그것이 진정한 혁신이며, 한비자가 말한 '자견(自見)', 즉 자신을 바로 보는 정치의 시작이다.
정당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존재하지만, 국민의 신뢰 없이는 어떤 승리도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자기 성찰과 책임 정치다. 정치가 자신의 눈썹을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국민도 다시 정치에 희망을 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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