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앞세운 행정보다, 신뢰를 쌓는 지방자치가 오래간다
민선 9기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지방정부의 역할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복지 수요 증가, 지역경제 침체 등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무엇을 행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 해답은 2천여 년 전 유교 경전 『대학(大學)』이 제시한 '덕본재말(德本財末)'이라는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덕은 근본이고 재물은 말단(德者本也 財者末也)'이라는 뜻의 덕본재말은 오늘날 지방행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행정의 목적은 주민의 신뢰를 얻고 공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며, 경제적 성과와 개발사업은 그 결과로 따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외형적인 성과에만 매달릴 경우 본말이 뒤바뀐다. 대형 개발사업과 보여주기식 치적은 단기적인 성과를 만들 수는 있지만, 주민과의 소통이 부족하고 공정성이 흔들리면 공동체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 말하는 "재물이 한곳에 몰리면 백성은 흩어지고, 재물이 고르게 나뉘면 백성이 모인다(財聚則民散 財散則民聚)"는 가르침은 오늘날 지역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다.
조직 운영 역시 다르지 않다. 능력 있는 인재를 공정하게 등용하고, 성과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과 복지가 뒷받침될 때 조직은 활력을 얻는다. 반대로 특정 집단에 기회와 이익이 집중되면 갈등은 커지고 우수한 인재는 조직을 떠난다. 결국 조직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재정 규모가 아니라 공정한 인사와 균형 있는 분배,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다.
민선 9기의 지방정부가 추구해야 할 행정도 마찬가지다. 주민 안전과 복지, 청렴한 행정,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공정한 기회 제공은 행정의 근본 가치가 되어야 한다. 기업 유치와 예산 확보, 지역개발은 이러한 신뢰가 쌓일 때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결과여야 한다.
지역의 경쟁력은 더 이상 화려한 건물이나 대규모 토목사업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주민이 행정을 신뢰하고, 공직사회가 청렴하며, 성과가 지역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 때 지속 가능한 발전도 가능해진다.
덕을 세우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지역이 살아난다. 『대학』의 덕본재말은 고전 속 교훈이 아니라, 민선 9기 지방자치가 끝까지 지켜야 할 가장 현실적인 행정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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