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은 민주주의다. 그러나 다수당의 독식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제10대 경남 지역 지방의회가 출범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양산에서는 본회의가 잇따라 무산됐고, 사천에서는 탈당 논란과 집단 퇴장 속에 상임위원장 선출이 강행됐다. 함안은 원 구성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채 20일 가까이 개원이 늦어졌다. 지역은 달라도 공통점은 분명하다. 의회를 운영해야 할 정치가 사라지고, 권력 다툼만 남았다는 것이다.
양산시의회는 상임위원회 배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본회의를 보이콧하면서 의사일정이 멈췄다. 의회는 민생을 논해야 할 시간에 의장 선출 후유증과 당내 갈등에 발목이 잡혔다.
사천시의회는 더욱 씁쓸하다. 6대 6 동수로 출범하며 협치의 가능성을 기대했던 의회는 의장의 탈당 이후 사실상 7대 5 구도로 재편됐다. 국민의힘은 부의장에 이어 핵심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확보했고, 민주당은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집단 퇴장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법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절차적 신뢰와 상호 존중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흔들린다.
함안군의회는 우여곡절 끝에 원 구성을 마무리했지만, 그 과정에서 개원이 20일이나 지연됐다. 권병철 의장이 군민들에게 공개 사과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과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지방의회는 다수결 원칙으로 운영된다. 다수당이 의회를 주도하는 것도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럽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단순히 숫자가 많은 쪽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가 아니다. 다수의 권한은 소수를 존중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특히 상임위원회는 예산과 조례를 심사하고 집행부를 견제하는 지방의회의 핵심 축이다. 상임위원장 배분은 자리를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실현하는 제도다. 전국 상당수 지방의회가 의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다수당은 법과 회의 규칙에 따라 원 구성을 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 정당성과 정치적 정당성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절차를 지켰더라도 협의와 타협이 실종됐다면 주민들이 체감하는 민주주의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소수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집단 퇴장과 보이콧만으로는 주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견제는 참여 속에서 이뤄질 때 의미가 있고, 협상은 끝까지 자리를 지킬 때 힘을 갖는다. 민주주의는 상대를 배제하는 정치가 아니라 끝까지 대화하는 정치다.
지방의회는 정당의 승패를 확인하는 무대가 아니다.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경쟁하고 협력하는 공적 기관이다. 원 구성은 권력을 나누는 절차가 아니라 민심을 어떻게 균형 있게 의정에 반영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첫 번째 시험대다.
다수당은 의석수만큼 더 큰 책임과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소수당은 비판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견제에 나서야 한다. 의석은 민심이 부여한 권한이지, 독점의 면허가 아니다.
지방자치의 성숙은 몇 석을 더 차지했느냐로 평가되지 않는다. 협치와 상생, 그리고 서로를 인정하는 정치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지방의회는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민주주의의 본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덧붙여 언급하건데 협치 없는 의회에 민심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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