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는 시작일 뿐, 도민이 체감해야 정책은 완성된다
경상남도가 21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도민 생활권 확대와 지역경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민선9기 교통·물류정책'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민선9기 교통·물류정책의 핵심은 '시간은 줄이고, 비용은 낮추고, 기회는 넓힌다'는 것이다. 철도와 도로, 광역버스, 공항, 항만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어디서나 1시간 생활권'을 만들고, 이를 지역경제와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선8기가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집중했다면, 민선9기는 그 성과를 도민의 삶 속 변화로 이어가겠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분명하다.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남부내륙철도, 달빛철도, 거제~통영 고속도로, 남해~여수 해저터널 등 굵직한 사업들이 추진된 만큼 이제는 '얼마나 건설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편리해졌느냐'가 정책의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경남형 광역급행버스 도입이다. 부산과 울산, 도내 주요 도시를 빠르게 연결하고 경남패스와 환승체계를 연계해 교통비 부담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은 생활권 확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노선 선정과 운영 적자, 이용객 확보라는 현실적인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또 하나의 적자 노선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자도로 통행료 인하 역시 도민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다. 마창대교와 거가대교 통행료 부담은 오랫동안 지역사회의 숙원이었다. 다만 통행료 인하가 일회성 혜택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과 정부 지원 확대를 통해 장기적인 통행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통망 확충이 곧바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철도와 도로가 연결돼도 기업이 오지 않고 청년이 떠난다면 인프라는 '통과하는 길'에 머물 뿐이다. 결국 교통망은 산업과 일자리, 정주 여건을 함께 연결할 때 비로소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경남도가 추진하는 트라이포트 기반 글로벌 물류도시와 국제물류진흥지역 지정, 사천공항 기능 강화는 이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진해신항과 가덕도신공항, 철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물류·제조·연구개발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막대한 예산과 장기간의 사업 추진이 불가피하다. 국가계획 반영과 민간 투자 유치,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사업 추진 속도보다 실현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우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교통정책의 목적은 도로를 놓고 철도를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도민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기업의 물류비를 낮추며, 청년들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목표다.
민선9기 교통·물류정책이 성공하려면 '건설 중심 행정'에서 '도민 체감 중심 행정'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동시간이 줄어들고 교통비가 낮아지며 기업과 사람이 모이는 변화가 나타날 때 비로소 경남의 교통 인프라는 지역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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