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5년마다 10년 단위의 국가 철도망 계획을 수립하며, 올해 확정되는 제5차 계획에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추진할 철도 사업이 포함된다. 5년 전 선정됐던 서대구~남원 달빛철도, 울산~진영 순환광역철도 등 주요 사업들은 지역 균형 발전과 광역생활권 내 이동 편의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번 제5차 계획에서는 경남 동대구~창원~가덕신공항 고속철도가 최우선 사업으로 요구되며, 이에 따른 예산 논란과 공간적 문제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경상남도가 민선 9기 핵심 정책으로 '1시간 생활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역급행버스 도입, 동대구~창원~가덕도신공항 고속철도 추진, 광역철도망 확충, 도로 신설까지 교통 인프라 확대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동 시간을 줄이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할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교통망은 많이 만든다고 반드시 지역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속도와 효율만 강조한 개발은 또 다른 비용을 남긴다.
철도와 도로는 사람과 물류를 빠르게 연결하지만, 동시에 지역을 가르고 생태계를 끊는다. 선로 하나와 도로 하나가 마을을 양분하고 주민들의 생활권을 단절시키는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는 사라지고, 소음과 진동, 미세먼지는 인근 주민들의 일상이 된다. 교통 인프라는 편리함과 함께 불편함도 함께 가져오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도로와 철도는 결국 자연환경과 공동체의 공간적 연속성을 위협하는 ‘불편한 진실’을 품고 있는 셈이다.
경남이 추진하는 대형 철도사업 역시 경제성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충분하지만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다. 국가 철도망 전체 예산 40조 원을 감안할 때 수조 원 규모의 사업을 단독으로 관철하기는 쉽지 않다. 부산·대구와 공동 대응을 통한 초광역 협력 없이는 국가계획 반영 가능성도 높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연결할 것인가보다 누구를 위한 교통인가라는 질문이다. 고속철도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지만, 정작 농촌과 산간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버스 한 대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규모 SOC 사업보다 생활도로와 대중교통, 수요응답형 교통(DRT) 확대가 더 절실한 지역도 적지 않다.
또한 철도와 도로 건설은 환경과의 공존이라는 과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생태통로 설치, 철도 지하화와 입체화, 친환경 방음시설, 보행자와 자전거 연결망 확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개발과 보전이 함께 가지 못한다면 미래세대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교통정책의 목표는 단순히 이동 시간을 줄이는 데 있지 않다.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을 지키며,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것이 진정한 교통복지이다. 따라서 경남도는 지역 간 공동 신청을 통한 협력체계 구축과 철저한 예산 관리로 이중 부담을 줄이고,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교통 인프라 실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시민 편의와 환경 보호, 예산 효율성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진정한 ‘철도 혁신’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남이 추진하는 철도와 도로망 확충은 분명 지역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는가'보다 '얼마나 함께 갈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함께 성장하는 교통정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경남의 미래를 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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