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를 보호하지 못하면 정의는 침묵하게 된다
용기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극복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공익제보는 조직을 흔들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조직을 바로 세우기 위한 용기다. 그러나 그 용기가 조직 내부의 '색출 대상'으로 되돌아온다면 앞으로 누가 비리를 신고하려 하겠는가.
최근 밀양시시설관리공단을 둘러싼 직권남용과 갑질, 인사 특혜, 입찰 비리 제보 과정에서 불거진 '2차 가해' 논란은 우리 공익신고 보호제도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제보자는 감사원에 비위 내용을 제출하면서 밀양시와 공단 자체 감사부서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기피 신청까지 함께 냈다. 그럼에도 제보 자료가 감사원을 거쳐 밀양시, 다시 공단으로 전달됐고, 결국 내부에서 제보 내용이 공유되며 제보자 색출 의혹까지 제기됐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공단 관계자가 직원들을 소집해 제보 내용을 설명하고, 관련 직원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자체 감사를 지시했다는 정황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절차 자체가 신고자의 신분 노출 가능성을 키우고 조직 내부의 위축 효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익신고 제도의 핵심은 '신고 내용'보다 '신고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신고자의 익명성이 무너지면 부패 척결 시스템도 함께 무너진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촘촘해도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불신이 자리 잡으면 조직 내부의 침묵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직권남용과 갑질, 인사 특혜, 입찰 비리와 같은 공직 비위는 내부자가 아니면 드러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통해 신분보장과 비밀보호, 불이익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보 자료가 피감기관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신고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노출된다면 제도는 존재해도 보호는 사라진다.
이번 논란은 특정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익신고 처리 절차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다. 감사기관은 신고 내용을 조사기관에 이첩하더라도 신고자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정보는 철저히 비식별화해야 한다. 피감기관 역시 제보자 색출이나 자체적인 신원 확인 시도를 엄격히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부패를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제보자가 아니라 비위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어야 한다. 신고 이후 두려움과 보복이 기다린다면 공익신고 제도는 이름만 남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조직의 신뢰는 비리를 감추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잘못을 드러내고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를 보호할 때 비로소 공공기관의 신뢰는 회복된다. 공익제보가 '보복의 시작'이 아니라 '개혁의 출발'이 되는 사회, 그것이 국민이 기대하는 공정한 행정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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