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걸면 목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2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당 대표나 당에 대한 단순 비판은 원칙적으로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언뜻 보면 당내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선언처럼 들린다. 그러나 곧바로 "의도성을 가지고 반복적·조직적·지속적으로 당 운영을 심각하게 저해하면 예외"라는 단서를 달았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무엇이 단순 비판이고, 어디서부터 반복적·조직적·지속적인 해당 행위가 되는가. 윤리위는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해석은 윤리위원회의 몫이고, 징계 대상자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구조다.
당내에서 지도부를 한 차례 비판하면 의견 표명이고, 두세 차례 비판하면 반복인가. 여러 의원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 조직적인 행동인가. 당의 쇄신을 요구하면 개혁이고,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 당 운영 방해인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단순 비판"과 "해당 행위"의 경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목에 걸면 목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비판이 반복돼 왔다.
윤리위원회는 당의 질서를 지키는 기구이지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객관적 기준 없이 징계가 이뤄질 경우 윤리위는 공정한 심판이 아니라 특정 계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기관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민의힘 윤리위는 과거 일부 징계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효력이 정지된 사례를 경험했다. 이는 절차적 정당성과 객관적 기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정치적 판단보다 법적 정당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더욱이 정당은 다양한 의견이 경쟁하는 정치 공동체다. 지도부를 향한 비판과 정책 토론까지 징계의 대상이 된다면 건강한 내부 견제 기능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침묵과 줄서기뿐이다. 반대로 조직적인 해당 행위를 방치하면 당 기강이 흔들릴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징계 여부가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다.
윤리위가 진정으로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반복', '조직', '지속', '당 운영 저해'를 구체적인 판단 기준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회의는 비공개일 수 있지만, 징계 기준까지 불투명해서는 안 된다. 절차가 투명해야 결과도 신뢰를 얻는다.
공자는 『논어』에서 "묵묵히 배우고(默而識之), 배우기를 싫어하지 않으며(學而不厭), 남을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는다(誨人不倦)"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는 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경청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비판을 적으로 돌리는 조직은 성장하지 못한다. 그러나 비판을 명분 삼아 조직을 흔드는 행위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힘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윤리는 사람을 심판하는 권력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기준이어야 한다. 그 기준이 흔들리는 순간 윤리위원회는 신뢰를 잃고, 정당 민주주의 역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단순비판 #징계기준 #표현의자유 #조경태 #친한계
전국 주유권, 편의점, 카페 등 10% 할인되는 모바일 쿠폰 '업플러스' 가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