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 아니라 조직의 신뢰를 만드는 일이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처음 단행된 남해군의 하반기 정기인사((2026년 7월 27일 자)가 공직사회 안팎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낳고 있다. 승진 대상자보다 승진 기준이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인사가 단순한 인사 발령을 넘어 공직사회의 신뢰와 조직문화를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 올라온 다양한 의견은 한 가지 공통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누가 승진했느냐보다 왜 승진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성과를 낸 직원이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연공서열을 무시한 발탁 인사는 또 다른 불공정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서로 다른 주장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두가 요구하는 것은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인사 기준이다.
성과 중심 인사는 시대적 흐름이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조직은 활력을 얻고, 공직사회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러나 성과 평가 기준이 불투명하면 '성과 인사'는 오히려 '코드 인사' 또는 '보은 인사'라는 의심을 받기 쉽다. 반대로 연공서열만 강조하면 조직은 안정될 수 있을지 몰라도 도전과 혁신은 사라진다. 결국 어느 한쪽만으로는 건강한 인사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
노조 게시판에 등장한 풍자 글들은 공직사회의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부금을 많이 낸 사람이 승진하자",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하는 척하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냉소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인사의 공정성을 신뢰하지 못할 때 조직에는 냉소와 무기력이 자리 잡고, 이는 결국 행정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되새겨볼 만한 것이 장자의 '이도관지(以道觀之)'다. 장자는 "도의 관점에서 보면 만물에는 귀천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자신의 기준으로 크고 작음, 귀하고 천함을 판단하지만, 도의 관점에서는 모두가 각자의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뜻이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특정 사람을 높이거나 낮추는 일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개인적 친분이나 연차, 일시적인 성과만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면 누구도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 반대로 명확한 평가 기준과 객관적인 검증 절차가 마련된다면 승진하지 못한 사람도 결과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선 9기의 첫 인사는 앞으로 이어질 인사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논란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제도를 보완하는 일이다. 주요 보직에서의 업무 성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승진 심사 기준을 가능한 범위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며, 조직 구성원과 소통하는 인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정한 인사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인사가 아니다. 누구나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 인사가 공정한 인사다.
결국 공직사회의 경쟁력은 몇 명을 승진시키느냐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장자가 말한 '도의 관점'은 오늘날 공직 인사에도 유효하다. 사람을 가르는 기준보다 원칙을 지키는 기준이 우선될 때, 조직은 비로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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