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편안한 조직이 아니라 언제든 싸울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군대는 일반 조직이 아니다. 전쟁을 대비하는 국가 최후의 안전장치다. 그렇기에 군대에는 일반 사회의 기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규율과 긴장감이 존재한다.
최근 국방부가 과학화 경계체계와 CCTV 등이 갖춰진 부대를 대상으로 야간 불침번 근무를 지휘관 재량에 따라 폐지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의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생활관 현대화와 CCTV 설치로 병사들의 안전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병사들의 수면권을 보장해 피로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병력 감소와 첨단 감시장비의 발전을 고려하면 시대 변화에 맞춘 제도 개선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군대는 효율만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
불침번은 단순히 생활관을 감시하는 업무가 아니다. 병사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화재나 응급상황을 가장 먼저 발견하며, 군 기강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군 생활을 경험한 이들이 "군대에서 점호와 불침번이 없다면 군대답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은 감시할 수 있지만 책임감까지 대신하지는 못한다.
CCTV는 화면을 기록할 뿐 현장에서 즉각 대응하지 못한다. 센서는 이상 신호를 감지할 수 있지만, 병사의 심리 상태나 생활관 분위기까지 읽어낼 수는 없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 마지막 판단과 행동은 사람이 해야 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군 조직 전반의 분위기다.
최근 군은 병사 복지 확대, 휴대전화 사용, 외출·외박 확대 등 장병 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변화해 왔다. 시대 흐름에 맞는 변화는 필요하지만, 복지 확대가 군 기강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군대는 편안한 곳이 아니라 유사시 즉시 전투에 투입될 준비가 되어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평시의 작은 긴장감이 전시의 생명을 지킨다는 사실은 수많은 전쟁사가 증명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개정이 일괄 폐지가 아니라 지휘관 판단에 따른 선택적 운영이라고 설명한다. 대체 감시체계가 부족하거나 경계 임무가 중요한 부대는 기존처럼 불침번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준이다.
어떤 수준의 과학화 장비가 갖춰져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 불침번을 유지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부대마다 다른 운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자칫 병사들의 편의를 우선하는 경쟁으로 흐른다면 군 본연의 임무는 약화될 수 있다.
군은 사회와 다르다.
사회에서는 효율이 최우선 가치일 수 있지만, 군에서는 안전과 경계, 그리고 대비태세가 최우선 가치다. 단 한 번의 경계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국가안보의 허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첨단 기술은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은 어디까지나 사람을 보조하는 수단일 뿐, 사람을 대신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군인이 야간 근무를 서는 이유는 단순히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국민이 잠든 시간에도 누군가는 깨어 나라를 지킨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몸으로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국방 개혁은 병사의 편의를 늘리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복지와 기강, 효율과 경계, 인권과 책임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강한 군대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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