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은 멈췄는데 의원 급여는 멈추지 않는다
6·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출범한 경남 기초의회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임기는 이미 시작됐지만 일부 기초의회는 아직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통영시의회와 양산시의회는 원 구성이 지연되고 있으며, 사천시의회도 의장 선출 이후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의령군의회에서는 의장 선거를 둘러싼 돈봉투 의혹까지 불거져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주민들이 지방의회에 기대했던 것은 지역 발전과 민생 해결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책 경쟁보다 자리 경쟁이 앞서는 모습이다.
'감투 정치'가 민생보다 우선인가
원 구성은 지방의회가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시작하기 위한 첫 단계다.
상임위원회가 구성돼야 예산 심사와 조례 제·개정, 행정사무감사 준비 등 본연의 역할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를 누가 맡을 것인지를 두고 여야는 물론 같은 정당 내부에서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정작 주민들이 체감하는 민생 현안은 뒤로 밀리고, 정치적 이해관계만 부각되는 모습이다.
의원들에게 부여된 권한은 지역을 위해 일하라는 것이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비위 의혹이다
자리싸움만으로도 실망스러운 상황에서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의령군의회는 의장 선거 과정에서 돈봉투가 오갔다는 의혹으로 일부 의원들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의원의 무허가 시설 조성 의혹과 수의계약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며 지방의회의 도덕성과 윤리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방의회는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관이다.
그런 의회가 스스로 법과 윤리를 의심받는 상황이라면 주민의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다.
원 구성은 지연돼도 급여는 지급된다
많은 주민들이 가장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원 구성이 늦어져 의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도 지방의원들의 법정 의정비와 월정수당은 관련 법령과 조례에 따라 지급된다.
이는 현행 제도에 따른 것이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의회는 멈췄는데 급여는 정상 지급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의원 개인이 원 구성 지연의 책임을 모두 지는 것은 아니며, 급여 지급 자체가 불법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의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주민들이 성과와 책임의 균형을 문제 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다.
공직자는 법적 책임뿐 아니라 정치적·도덕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제도 개선 없이는 같은 갈등이 반복된다
이번 사태는 지방의회의 구조적 한계도 드러냈다.
국회와 마찬가지로 지방의회 역시 원 구성 과정이 정치적 협상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상임위원장 배분 원칙이나 협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다수당 독식 논란과 소수당 반발이 반복된다.
이제는 의석 비율을 반영한 상임위원장 배분 기준과 원 구성 시한을 보다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윤리특별위원회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높여 금품수수나 이해충돌 의혹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는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지방의회가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민주주의다.
그만큼 지방의회의 역할은 크다.
그러나 임기 시작부터 감투싸움과 비위 의혹으로 신뢰를 잃는다면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주민은 의원들이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보다 얼마나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했는지, 지역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를 평가한다.
원 구성은 의정활동의 시작일 뿐 목적이 아니다.
경남의 지방의회가 진정으로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면, 자리 경쟁을 끝내고 민생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의회가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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