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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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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4년 만에 지방채 629억 원 발행…민생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 재정 원칙 무너진 신호탄인가

고유가 지원·수해 복구 명분에도 금융기관 차입 논란…예비비 편법 운용·체납세 방치, '빚부터 내는 재정' 도민 신뢰 흔든다

기사입력 2026-07-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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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은 살려야 한다. 그러나 재정 원칙까지 무너져서는 안 된다


경상남도가 민선 9기 첫 추가경정예산에서 629억 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추진하면서 재정 운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도는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수해 복구, 사방시설 조성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재난 복구와 서민 지원은 지방정부가 외면할 수 없는 책무다.

그러나 문제는 '무엇을 위해 빚을 냈느냐'보다 '왜 빚을 낼 수밖에 없었느냐'에 있다.

이번 지방채 발행은 단순한 추경 편성이 아니라, 그동안 강조해 온 '건전재정' 기조가 현실 앞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4년 만의 지방채…건전재정은 어디로 갔나


민선 8기 경남도는 채무 감축과 재정 건전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불필요한 지방채를 줄이고 재정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정책은 지방정부의 재정 신뢰도를 높이는 데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민선 9기 첫 추경에서 그 원칙은 깨졌다.

이번 추경은 기존 예산보다 7,098억 원이 늘어난 총 15조 5,346억 원 규모로 편성됐으며, 이 가운데 629억 원을 금융기관 차입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사용처는 명확하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474억 원
수해 복구 107억 원
사방시설 조성 47억 원

모두 민생과 재난 대응에 필요한 예산이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지방채는 결국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경남도, 4년 만에 지방채 629억 원 발행…민생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 재정 원칙 무너진 신호탄인가


더 큰 문제는 '왜 금융기관에서 빌렸느냐'이다


이번 지방채 논란의 핵심은 차입 자체보다 차입 방식이다.

정부 공공자금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금융기관 차입을 선택하면서 향후 이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회계상의 문제가 아니다.

이자는 매년 도민의 세금으로 지급된다.

결국 현재의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 미래의 재정을 담보로 사용하는 셈이다.

특히 경기 침체와 세수 감소가 장기화될 경우 지방채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방채는 위기 극복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재정 운용의 첫 번째 선택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비비 '꼼수 편성' 논란은 더 심각하다


도의회가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예비비 운용 방식이다.

경남도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예비비 505억 원을 일시적으로 편성한 뒤 일반재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예비비는 말 그대로 예상하지 못한 긴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재원이다.

이를 일반 사업 재원을 확보하는 수단처럼 활용했다면 지방재정법의 취지와 예산 운용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예산은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생명이다.

절차를 우회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의회의 예산 심의 기능도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행정이 효율성을 이유로 원칙을 흔들기 시작하면 결국 신뢰를 잃게 된다.


'빚부터 내기' 전에 스스로 할 일은 다 했는가


도의회의 지적 가운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부분은 자구 노력 부족이다.

현재 경남도의 지방세 미수납액은 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납세 징수를 강화하고 장기간 활용하지 않는 유휴 행정재산을 매각하는 등 자체 재원 확보 노력이 충분했는지 되묻게 된다.

가계를 예로 들면, 사용하지 않는 자산은 그대로 두고 세금을 받을 수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걷지 않으면서 먼저 대출을 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모든 체납액을 단기간에 회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지방채 발행 이전에 가능한 모든 자구책을 검토하고 실행했다는 근거는 도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재정 운영은 '편한 선택'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생 지원은 필요하지만, 선심성 재정은 경계해야 한다


고유가 지원과 재난 복구는 분명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최근 경남도는 전 도민 생활지원금 지급에 이어 각종 현금성 지원이 잇따르면서 재정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이 일회성 소비에 그칠 경우 재정 부담만 남을 가능성이다.

민생 지원은 단순한 현금 지급보다 지역경제를 회복시키는 투자와 병행될 때 지속 가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복지와 건전재정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복지는 튼튼한 재정에서 출발한다.


재정은 정치가 아니라 원칙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번 지방채 발행은 경남도의 재정 철학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도민은 빚을 냈다는 사실보다 그 빚이 정말 불가피했는지, 그리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앞으로는 지방채 발행 이전에 체납세 징수 실적과 유휴 자산 활용 계획을 공개하고, 지방채 발행의 경제성과 상환 계획을 보다 투명하게 설명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예비비 운용 기준을 명확히 해 편법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빚은 낼 수 있다. 그러나 신뢰까지 빚져서는 안 된다


지방채는 결코 악이 아니다.

재난과 경제 위기 속에서 지방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합법적인 재정 수단이다.

문제는 빚을 내는 순간이 아니라 빚을 내기 전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가에 있다.

체납세는 그대로 두고, 유휴 자산은 활용하지 않으며, 예비비를 사실상 일반재원처럼 운용한 뒤 "재원이 부족했다"고 말한다면 도민이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

행정의 신뢰는 재정 규모가 아니라 재정 원칙에서 나온다.

경남도가 이번 지방채 발행을 일회성 조치로 끝내려면 무엇보다 투명한 재정 운영, 철저한 자구 노력, 명확한 상환 계획을 도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건전재정은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발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행정에서 완성된다.

민생을 위한 재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민생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도민의 세금이다.

도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어떤 재정정책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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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주 기자 (jinju.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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