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의 사각지대를 꺼낸 문제 제기는 의미가 있다
최갑현 경남도의원이 7월 27일 열린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 변경안 종합심사에서 제안한 '삼천포권 소형선박 MRO(유지·보수·정비) 산업기반 구축'은 그동안 경남 조선산업 정책이 놓치고 있던 빈틈을 짚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경남의 조선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정책의 중심은 거제·창원·고성의 대형 조선소와 함정, 친환경 선박 분야에 집중돼 왔다.
반면 삼천포를 비롯한 서부경남의 어선, 관공선, 작업선, 유람선 등 소형선박을 대상으로 하는 유지·보수 산업은 꾸준한 수요가 있음에도 체계적인 정책 지원을 받지 못했다.
최 의원이 "소형선박도 조선산업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강조한 것은 이러한 정책의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문제 제기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문제 제기가 곧 좋은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성'은 충분했지만 '실행 전략'은 부족했다
최 의원은 실태조사와 사업모델 마련, 국비 확보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산업 육성의 출발점일 뿐, 성공 전략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소형선박 MRO 산업을 육성하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청사진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1. 삼천포권을 왜 거점으로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산업적 근거
2. 예상 시장 규모와 경제적 파급효과
3. 민간 투자 유치 방안
4. 전문 인력 양성 계획
5. 친환경·디지털 정비 기술 확보 전략
6. 단계별 투자 규모와 추진 일정
이번 제안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제시했지만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충분하지 않았다.
정책은 방향보다 실행력이 더 중요하다.
실태조사는 필요하지만, 조사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최 의원은 도내 수리조선소와 정비업체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경남도는 그동안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을 반복해 왔다.
문제는 조사 이후다.
많은 정책이 용역보고서로 끝났고, 현장에서는 "또 조사냐"는 피로감이 적지 않다.
실태조사는 정책의 시작이어야지 정책의 끝이어서는 안 된다.
조사 결과를 언제까지 어떤 사업으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시간표와 책임 부서까지 함께 제시해야 정책의 신뢰성이 높아진다.
'국비 확보'는 전략이지 목표가 아니다
최 의원은 정부 건의를 통한 국비사업 추진도 주문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재정 기조를 감안하면 국비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역에서 "국비를 요청하겠다"는 말은 흔하지만,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이유는 지역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국가적 필요성이 인정될 때다.
따라서 삼천포 소형선박 MRO가 국가 해양안전, 친환경 선박 전환, 어업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지역균형발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입증하는 논리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국비는 요청한다고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사업계획이 있을 때 가능하다.
정책의 핵심은 시설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다
소형선박 MRO는 단순히 정비시설 하나를 짓는 사업이 아니다.
진정한 산업 육성은 다음과 같은 생태계가 함께 구축될 때 가능하다.
-. 정비 전문기업
-. 기자재 공급기업
-. 디지털 진단 기술기업
-. 친환경 개조 전문업체
-. 해양기술 연구기관
-. 직업교육 및 기술인력 양성기관
-. 금융과 보험 지원체계
시설만 만들고 운영 주체가 없다면 또 하나의 유휴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 건물이 아니라 기업과 사람이 만든다.
행정의 답변도 아쉬웠다
이미화 산업국장은 "수요를 파악하고 국비사업과 자체 추진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현실적인 답변일 수는 있다.
하지만 '검토'라는 표현은 지방행정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동시에 가장 책임이 모호한 표현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검토할 것인지, 어떤 부서가 담당할 것인지, 예산은 얼마나 투입할 것인지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현장에서는 또 하나의 원론적 답변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책 신뢰는 의지가 아니라 실행계획에서 나온다.
이제는 '대형 조선'과 '소형 조선'을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최갑현 의원의 제안은 경남 조선산업 정책의 사각지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소형선박 MRO를 지역 어업과 연안산업을 지탱하는 기반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정책은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삼천포권을 왜 거점으로 육성해야 하는지, 어떤 기업을 유치할 것인지,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어떤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지까지 제시되어야 비로소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경남도 역시 "검토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로드맵과 일정,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형선박 MRO를 단순한 수리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친환경·디지털 해양산업으로 재정의하는 일이다.
대형 조선산업이 세계시장을 향한 성장동력이라면, 소형선박 MRO는 지역경제와 연안산업을 지탱하는 생활 기반 산업이다.
경남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초대형 선박 건조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은 선박 한 척까지 책임질 수 있는 균형 잡힌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때 비로소 '조선강국 경남'이라는 이름도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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