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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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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KAI 장악 시도, ‘산업 시너지’인가 국가전략자산의 사유화인가

지분 14.64%까지 끌어올리고 ‘경영참여’ 선언… 국민 세금으로 키운 KAI를 재벌의 우주·방산 제국에 편입시키려는 것인가

기사입력 2026-07-2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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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가 단순한 투자 차원을 넘어 경영권 장악을 향한 수순이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등 특별관계자의 KAI 지분율은 14.64%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말 3.32%였던 지분이 불과 7개월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투입된 자금도 약 2조 원에 이른다.

더욱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한화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는 사실이다.

지분을 사들이고, 보유 목적을 바꾸고, 경영 참여의 길을 열었다면 이를 단순한 재무투자라고 보기 어렵다.

한화가 KAI를 향해 장기적인 경영권 확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의 투자와 지분 매입은 시장경제의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KAI는 일반 제조기업이 아니다.

KAI는 대한민국의 항공우주 기술력과 방위산업 역량,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전략기업이다.

국민 세금과 국책사업, 정부 정책의 지원을 통해 성장했고, 지금도 KF-21 보라매와 FA-50, 수리온 등 국가 핵심 항공우주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기업의 지배구조가 특정 재벌그룹의 경영전략에 따라 바뀐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업 인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자산의 통제권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의 문제다.


‘한국판 스페이스X’라는 구호가 모든 우려를 덮을 수는 없다


한화 측에서는 KAI와의 결합이 항공기와 발사체, 위성, 엔진, 방산체계까지 연결하는 통합 항공우주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한국판 스페이스X’로 도약하기 위한 산업적 결합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거대한 기업을 만든다고 해서 국가 경쟁력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 규모의 확대가 기술 혁신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특정 재벌이 핵심 부품과 엔진, 무기체계, 발사체, 위성, 항공기 완제기까지 장악할 경우 산업 생태계는 경쟁보다 종속 구조로 바뀔 위험이 있다.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경쟁이 사라지고, ‘시너지’라는 명분 아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된다면 그 피해는 중소 협력업체와 경쟁기업, 나아가 국가 방산정책의 선택권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방산산업은 일반 소비재 시장이 아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산업에서 특정 기업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정부와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 기업이 공급망의 핵심을 장악하면 경쟁은 약해지고 가격과 기술, 사업 방향까지 특정 기업의 전략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것이 과연 국가 경쟁력 강화인가.

아니면 국가 방산산업을 특정 재벌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인가.

정부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한화의 KAI 장악 시도, ‘산업 시너지’인가 국가전략자산의 사유화인가


국민이 키운 KAI를 재벌에 넘기는 것이 정당한가


KAI의 출발은 민간 대기업의 자발적 성공 신화가 아니었다.

1999년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항공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삼성항공과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 항공사업 부문을 통합해 KAI를 출범시켰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국민 세금과 국책사업이 기업의 회생과 성장에 투입됐다.

국가는 항공우주산업을 시장에만 맡길 수 없는 전략산업으로 판단했고, 장기간에 걸쳐 KAI를 육성했다.

그 결과 KAI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우주 체계종합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과 희생, 국가의 정책적 지원으로 성장한 KAI를 특정 재벌의 경영권 확대 수단으로 넘기는 것이 정당한가.

공공의 투자로 키운 국가 전략기업의 성과를 특정 기업이 지배하게 된다면, 그 과정과 명분은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는 KAI의 장기 지배구조와 국가 통제 방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국가전략산업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결국 시장의 자본 논리가 국가의 산업정책을 대신하게 된다.


사천의 미래를 기업의 ‘효율성’에 맡길 수 없다


KAI는 사천의 대표 기업이라는 수준을 넘어 지역경제의 핵심 축이다.

KAI를 중심으로 항공우주 관련 협력업체와 연구기관, 교육기관, 전문 인력, 청년 일자리, 지역 소상공인이 연결돼 있다.

KAI의 본사와 연구개발 기능, 생산시설이 사천에 있다는 사실은 지역경제의 안정과 미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향후 경영권 변화 이후 사업 재편과 조직 통합, 연구개발 기능 이전, 인력 조정이 이뤄진다면 그 충격은 KAI 내부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협력업체의 일감 감소와 고용 불안, 지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 한화는 KAI의 지배력 확대가 사천의 고용과 연구개발 기능, 지역 협력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추상적인 말만으로 지역사회의 불안을 해소할 수는 없다.

사천의 미래를 기업의 경영 효율성이나 수익성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된다.

KAI가 국가 전략기업이라면 사천 항공우주산업의 기반 역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정부 지분은 ‘매각 대상’이 아니라 국가 통제의 안전장치다


현재 KAI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정부가 보유한 지분은 단순한 금융자산이 아니다.

국가 안보와 핵심 기술, 방산 공급망에 대한 공적 통제력을 유지하는 안전장치다.

정부가 지분을 줄이거나 매각한다면, 그 순간 KAI의 경영권은 민간 자본의 경쟁에 완전히 맡겨질 수 있다.

국가가 전략기업을 육성해 놓고 성장한 뒤에는 시장에 넘기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공공 투자의 목적과 정당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해외 주요 항공우주·방산기업은 국가가 일정 지분을 유지하거나 핵심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전략산업의 공공성을 지키고 있다.

우리 역시 KAI에 대한 정부 지분을 유지하고, 국가 안보와 핵심기술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는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검토해야 한다.

KAI의 공공성은 선언이 아니라 지배구조로 보장돼야 한다.


공정거래 심사는 숫자만 볼 일이 아니다


한화의 지분율이 15%를 넘을 경우 기업결합 신고와 경쟁 제한 여부에 대한 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심사가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나 매출 규모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방산산업은 일반 산업과 다르다.

항공기 체계종합 능력과 엔진, 핵심 부품, 무기체계, 위성, 발사체 기술이 특정 기업에 집중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가 안보상 위험과 공급망 종속, 기술 경쟁 약화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협력업체의 거래 선택권이 줄어드는지, 경쟁기업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지, 국책 연구개발 사업이 특정 기업 중심으로 편중될 가능성은 없는지도 따져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간 정상적인 투자’라는 틀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

KAI는 일반적인 인수합병 대상이 아니다.

국가 전략자산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한 고강도 심사가 필요하다.


정부는 더 이상 ‘모르쇠’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한화의 KAI 지분 확대가 국가 항공우주산업에 도움이 될지, 산업 독점과 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지분 확대 속도와 경영참여 목적 변경을 고려하면 정부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는 다음 사항을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첫째, KAI를 국가 전략자산으로 계속 관리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한국수출입은행의 지분을 유지할 것인지, 매각 가능성이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

셋째, 한화의 경영권 확보가 추진될 경우 국가 안보와 핵심기술, 방산 공급망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제도적 장치를 제시해야 한다.

넷째, KAI의 본사와 핵심 연구개발 기능, 생산기반을 사천에 유지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노조와 지역사회, 협력업체, 정부, 산업계가 참여하는 항공우주산업 발전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KAI의 미래를 재벌과 정부, 금융시장만의 논의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KAI는 한 기업의 자산이기 전에 국민이 투자하고 국가가 육성한 대한민국의 전략 역량이다.

국가가 키운 기업을 민간 재벌이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국민은 그 과정이 공정했는지, 국가 이익이 보장되는지, 지역사회가 보호받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다.

한화는 ‘산업 시너지’라는 구호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KAI 지분 확대의 최종 목적과 경영 참여 이후의 청사진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정부 역시 ‘시장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KAI는 매물도, 재벌의 성장 발판도 아니다.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미래이며, 국가 안보와 기술 주권을 지탱하는 전략자산이다.

그 미래를 특정 기업의 경영전략에 맡길 것인지, 국가와 국민의 책임 아래 지킬 것인지,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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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주 기자 (jinju.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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