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29일 오전 경남연구원 남명경의실에서 도시계획·조경·교통·건축·환경 등 각 분야 전문가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9기 핵심 공약인 ‘창원 중앙대로 센트럴파크 조성사업’의 기본구상 수립에 본격 착수했다. 경남도청에서 용지공원, 창원시청 광장,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까지 이어지는 2.8㎞ 구간의 왕복 10차로를 사람과 생태 중심의 선형공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자동차가 도시의 중심이었던 시대에서 사람과 녹지, 문화가 도시의 중심이 되는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창원 중앙대로는 행정·산업·상업 기능이 집중된 도심의 핵심축이지만, 넓은 도로가 오히려 양쪽 생활권과 상권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도시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대규모 사업일수록 기대보다 먼저 검증해야 할 것이 있다.
차로를 줄이면 정말 시민의 공간이 넓어지는가. 아니면 차량 정체만 늘어나 도심의 활력을 떨어뜨리는가.
‘로드다이어트’는 단순히 도로를 좁히는 정책이 아니다. 과도한 차량 공간을 줄이고 보행과 자전거, 대중교통, 녹지 공간을 확대해 도시의 기능을 재조정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교통량 분석과 대체 교통망 없이 차로부터 줄인다면, 도로 다이어트가 아니라 도심 교통의 ‘병목’이 될 수 있다.
창원 중앙대로는 출퇴근 차량뿐 아니라 도청과 시청, 산업단지, 상업시설을 연결하는 핵심 간선축이다. 왕복 10차로를 축소할 경우 출퇴근 시간대 교통 혼잡이 다른 도로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차량 흐름이 느려지면 시민의 이동 불편은 물론 물류와 상권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기본구상 단계에서부터 시간대별 교통량과 교차로별 통행량, 주변 도로의 수용 능력을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단순한 평균 교통량이 아니라 출퇴근 시간과 주말, 행사 기간의 교통 흐름까지 검토해야 한다.
대중교통 우선 체계와 환승 연계, 우회도로 개선, 교차로 신호체계 개편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차량 공간을 줄이는 만큼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대체 이동수단을 늘리지 않는다면 사업의 부담은 결국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과제는 보행 연결성과 공간의 실효성이다.
2.8㎞의 선형공원이 만들어져도 시민이 편하게 걷고 머물 수 없다면 거대한 녹지 시설에 그칠 수 있다. 용지공원과 용지호수공원, 창원시청 광장, 주변 상권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횡단보도와 보행 신호, 자전거도로, 휴식 공간을 유기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공원의 길이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의 질이다. 나무를 심고 산책로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도심의 단절을 해결할 수 없다. 보행자가 도로를 안전하게 건너고, 상점과 문화시설을 자연스럽게 이용하며, 일상적으로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상권 활성화의 실질적 효과다.
센트럴파크가 조성되면 유동 인구가 늘고 주변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기존 상인들이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다.
공원 조성과 상권 활성화는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지역 상인과 소상공인의 의견을 사업 초기부터 반영하고, 공사 기간 중 영업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문화행사와 야간 프로그램, 지역 상점과 연계한 거리 콘텐츠를 함께 운영해야 공원이 소비와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하나는 재정과 단계별 실현 가능성이다.
대규모 선형공원은 조성비뿐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사업비와 재원 조달 방안, 향후 관리 주체를 명확히 공개하고, 투자 대비 교통·환경·경제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경남도가 제시한 산림 녹지축, 문화·미디어 복합공간, 산업단지·지역 상권 연계의 3단계 전략도 단계별 성과를 확인하며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 단계에서 교통 흐름과 보행량, 상권 변화를 충분히 분석한 뒤 다음 단계로 확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도시계획과 조경, 교통, 건축 전문가의 의견은 필요하지만, 실제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과 주변 주민, 상인, 직장인의 경험도 마스터플랜에 반영돼야 한다. 전문가가 설계한 공간이 시민의 생활과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공원도 활용되지 않을 수 있다.
창원 중앙대로 센트럴파크는 단순한 조경사업이 아니다. 자동차 중심의 산업도시를 사람과 녹지, 문화가 공존하는 미래형 생활도시로 바꾸는 도시 구조 혁신 사업이다.
그러나 도시 혁신은 차선을 지우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차로를 줄이기 전에 교통 대안을 만들고, 공원을 조성하기 전에 시민의 이동과 생활을 설계하며, 녹지를 확대하기 전에 지역 상권과 도시경제가 함께 성장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창원 중앙대로가 시민이 걷고 머무는 녹색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지, 차량 정체와 예산 부담을 키우는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남을지는 이제부터의 기본구상에 달려 있다.
좋은 공원은 도로를 없애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사람의 이동을 더 편리하게 하고, 도시의 연결을 더 촘촘하게 하며, 시민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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