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남부지방은 마른장마와 기록적인 강수 부족, 극심한 폭염이 겹치면서 낙동강 수계의 녹조 확산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비가 적어 강물의 흐름이 약해지고, 강한 일조와 고수온이 이어지면서 녹조 발생에 유리한 환경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낙동강 강정·고령 지점에는 이미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됐고, 칠서와 물금·매리 등 주요 지점에서도 유해 남조류가 증가하면서 낙동강 전반의 수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상남도가 취·정수장 녹조 대응 강화부터 가정 내 수질검사와 노후 옥내급수관 개량까지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 걸쳐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취수장 녹조 제거시설과 조류 차단장치를 가동하고, 정수장에서는 활성탄 흡착과 오존 처리 등 고도 정수공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도민의 관심은 행정기관이 어떤 장비를 가동하고 있는가에만 있지 않다. 실제로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 언제나 안전한지, 녹조와 냄새 물질은 어느 수준인지,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신속하게 알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경남도는 원수부터 정수, 가정 내 수도꼭지까지 단계별 수질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재의 수질 정보 공개 방식만으로 도민의 불안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수질검사 결과가 정수장이나 행정기관 단위로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공개된다면, 주민들은 이미 해당 수돗물을 사용한 이후에야 수질 정보를 확인할 가능성이 있다.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공개하는가’가 중요하다.
수질 정보는 행정기관의 사후 보고가 아니라 도민의 생활 안전과 직결되는 실시간 공공정보가 돼야 한다.
원수의 유해 남조류와 조류독소, 지오스민·2-MIB 등 맛·냄새 물질, 정수 과정의 주요 수질 지표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통합 공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녹조가 심해지는 시기에는 정수장 단위의 검사 결과뿐 아니라 주요 취수원과 공급 권역별 수질 변화를 신속하게 공개하고, 기준치 변화나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주민에게 즉시 알리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경남도가 운영하는 ‘수돗물 안심 확인제’도 의미 있는 정책이다.
도민이 신청하면 지자체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수돗물 수질을 무료로 검사하는 방식은 수돗물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가정 내 배관 문제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신청을 해야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사후 대응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수질에 대한 불안이 커진 이후 주민이 개별적으로 신청하기보다, 녹조 경보가 발령된 지역이나 노후 주택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방문 검사와 집중 점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노후 옥내급수관 문제도 더 이상 개별 가정의 관리 책임으로만 남겨둘 수 없다.
준공 후 20년이 지난 노후주택은 배관 부식과 녹물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지원사업은 일부 시군과 대상 주택에 한정돼 있다.
경남도는 김해·거제·양산·함안·창녕·고성·산청·거창·합천 등 9개 시군을 대상으로 노후 옥내급수관 개량을 지원하고 있다. 단독주택은 세대별 최대 150만 원, 공동·다가구주택은 공용급수관을 포함해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노후 배관 문제는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지원 대상 지역과 예산을 확대하고, 저소득층과 고령자 가구, 노후주택 밀집지역에는 지원 비율을 높이는 등 보다 적극적인 물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녹조 대응은 정수장에서 물을 깨끗하게 처리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녹조가 발생한 뒤 제거시설과 고도정수처리를 강화하는 것은 필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후 방어에 가깝다. 장기적으로는 수질 악화의 원인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폭염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낙동강의 수질과 수량 변화를 예측하는 AI 기반 수질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강변여과수와 지하수 등 안전한 대체 수자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속도를 내야 한다.
아울러 가뭄과 녹조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 취수원 다변화와 광역 물 공급 체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올여름 낙동강 녹조 문제는 단순한 계절성 환경 현상이 아니다.
마른장마와 폭염, 수량 부족, 수질 악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기후위기 시대의 물 관리 시험대다.
경남도가 “원수부터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안전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제는 행정기관의 설명과 홍보를 넘어 도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실질적인 정책 성과로 답해야 한다.
도민이 원하는 것은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반복된 약속이 아니다.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수질 정보, 노후 수도관을 개선할 수 있는 충분한 지원, 녹조와 가뭄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취수원이다.
수돗물 안전은 행정의 성과가 아니라 도민의 기본권이다.
녹조가 확산된 뒤 대응하는 행정에서 벗어나, 녹조가 심해지기 전에 예측하고 차단하며 도민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선제적 물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경남 수돗물 안전의 기준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도민이 아무런 불안 없이 믿고 마실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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