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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7-3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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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사관학교를 바다에서 떼어낼 것인가… 국방개혁의 이름으로 진해를 희생시켜선 안 된다

“통합”을 명분으로 한 일방적 대전 이전… 해군 전문성·절차적 정당성·지역균형발전 모두 다시 검증해야

기사입력 2026-07-3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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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사관학교 대전 통합·이전, 국방개혁인가 진해의 일방적 희생인가


정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해 대전 자운대에 ‘국군사관학교’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80년 역사의 해군사관학교가 자리한 진해가 다시 국가 정책의 일방적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상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당을 넘어 한목소리로 해군사관학교의 진해 존치를 요구한 것도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이다.

여야가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정치 공방이나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는 국방개혁과 군 교육의 효율화, 합동성 강화를 내세운다.

군 인구 감소와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관학교 교육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방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해군사관학교를 진해에서 떼어내 대전으로 옮겨야 한다는 결론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개혁은 필요하지만, 개혁의 이름이 충분한 검토와 절차를 생략하는 면허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해군사관학교의 통합과 이전을 사실상 기정사실처럼 추진하면서 정작 진해 주민과 경상남도, 창원시, 지방의회, 해군 관계자에게 제대로 설명하거나 의견을 묻지 않았다면 이는 정책 추진 이전에 행정의 기본부터 어긴 것이다.

지역의 운명과 수십 년의 미래를 바꿀 정책을 당사자와 단 한 차례의 충분한 협의도 없이 결정한다면, 그것은 국방개혁이 아니라 ‘불통 행정’에 가깝다.


해군 장교를 바다 없는 곳에서 길러야 하는가


해군사관학교는 일반 대학이 아니다.

해군 장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며, 교육의 핵심은 바다와 함정, 항만, 해군부대, 해양훈련 시설과 연결된 현장성이다.

해군 장교에게 바다는 단순한 실습 장소가 아니다.

바다는 곧 작전 환경이며, 지휘와 판단, 훈련과 경험이 축적되는 교육의 기반이다.

그런 해군사관학교를 바다가 없는 대전으로 옮긴 뒤 해양 실습이 필요할 때마다 생도와 교수진, 장비를 다시 진해로 이동시키는 방식이 과연 효율적인가.

정부는 통합을 통해 교육비용과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대전에서 이론교육을 받고 진해에서 해양훈련을 반복한다면 이동 시간과 교통비, 시설 운영비, 인력 관리비가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교육의 연속성을 끊고 행정비용을 늘리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곳에 모으면 효율적’이라는 단순한 행정 논리로 해군 교육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합동성 강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합동성을 강화한다고 해서 모든 군의 교육 기반을 한곳에 몰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통 교과와 기초 군사교육은 통합할 수 있지만, 해군의 전문교육과 해양훈련은 진해에서 유지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

통합은 반드시 이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부는 왜 ‘통합’을 위해 반드시 ‘진해 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그 근거부터 공개해야 한다.
 
경남도의회 여야 한목소리로 “진해 존치” 촉구… 해군 정체성·현장성·지역경제 외면한 졸속 추진 멈춰야


비용도, 효과도, 대책도 없는 ‘졸속 이전’인가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번 계획을 추진하면서 비용과 효과, 기존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군사관학교를 이전하면 얼마의 예산이 필요한지, 통합 이후 교육 경쟁력이 실제로 높아지는지, 해양훈련을 위한 추가 비용은 얼마나 발생하는지, 진해의 기존 부지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명확한 답이 있어야 한다.

국가의 중장기 국방정책은 구호나 방향만으로 추진할 수 없다.

비용편익 분석과 교육 효과, 안보적 타당성, 지역경제 영향이 객관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정부가 충분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채 ‘국방개혁’이라는 명분만 앞세운다면, 지역사회는 정책의 필요성을 이해하기보다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밀어붙인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공청회 한 번 없이 주민의 삶과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정책은 발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반대의 이유를 검토하며, 문제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정당성을 얻는다.


“5극 3특” 외치면서 핵심 공공자산은 또 이전할 것인가


정부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비수도권의 자립적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5극 3특’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 수십 년간 뿌리내린 핵심 국방·교육기관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면,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말과 행동이 달라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진해는 단순히 해군사관학교가 위치한 도시가 아니다.

120년 군항도시의 역사와 80년 해군사관학교의 역사가 도시의 정체성과 지역경제를 함께 만들어 왔다.

해군사관학교는 교육기관 하나가 아니라 군 관련 인력과 가족, 교육·훈련 수요, 지역 상권과 주거, 각종 서비스업을 연결하는 핵심 지역 기반이다.

해군사관학교가 빠져나가면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구 감소와 상권 위축은 어느 정도인지, 정부가 어떤 대체 성장 전략을 마련할 것인지 먼저 밝혀야 한다.

과거 해군작전사령부 이전으로 지역사회가 겪었던 상실감과 경제적 충격을 생각하면, 진해 주민의 우려를 단순한 지역 반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진해는 오랜 기간 국가 안보를 위해 군사시설과 개발 제한을 감내해 왔다.

주민들은 재산권과 도시 발전의 제약을 받아들이며 군항도시의 역할을 지켜왔다.

그런 지역에 핵심 해군기관까지 이전하겠다고 통보한다면, 이는 국가 안보를 위해 감내해 온 지역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가가 필요할 때는 지역의 희생을 요구하고, 국가 정책이 바뀌면 지역의 기반을 거둬가는 방식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진해의 미래를 빼앗는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진해는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진해신항 건설과 가덕도신공항 개항을 계기로 동남권 해양물류와 항만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 시기에 해군의 핵심 교육 기반을 이전하는 것은 지역의 미래 성장 전략과도 충돌할 수 있다.

해군사관학교를 중심으로 축적된 해양안보와 해군 교육, 국방산업의 역량을 진해신항과 연계해 새로운 해양·국방 복합도시로 발전시키는 것이 오히려 국가와 지역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진해의 기존 기반을 빼앗는 방식이 아니라, 해군사관학교와 해군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해양안보·국방기술·해양교육 클러스터를 강화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지역의 핵심 자산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기존 강점을 활용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진정한 균형발전이다.


정부는 이전을 강행하기 전에 답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방적인 통합·이전 추진을 멈추고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째, 해군사관학교를 대전으로 옮겨야만 합동성과 교육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둘째, 바다와 분리된 해군 교육이 해군 장교의 전문성과 현장성을 약화시키지는 않는가.

셋째, 통합·이전에 필요한 총비용과 예상되는 교육·행정 효과는 무엇인가.

넷째, 진해 지역경제와 인구, 상권에 미칠 영향은 얼마나 되는가.

다섯째, 해군사관학교 이전 이후 진해의 기존 부지와 지역 발전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와 설득력 있는 답변 없이 이전을 강행한다면, 정부는 국방개혁이 아니라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한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통합은 논의할 수 있어도, 진해의 배제는 안 된다


경남도의회 여야가 요구한 대로 정부와 국회, 국방부, 해군, 경상남도, 창원시, 지방의회, 진해 주민, 해군 동문, 국방·안보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

통합의 필요성과 교육 효과, 해군 전문성, 지역경제 영향, 기존 부지 활용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군사관학교의 미래는 건물 하나를 어디에 세울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해군을 어떤 환경에서 교육할 것인지, 국방개혁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 국가와 지역이 어떻게 상생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국방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개혁의 이름으로 해군의 전문성과 진해의 역사, 주민의 신뢰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

해군사관학교 통합 논의의 출발점은 ‘어디로 옮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해군의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가 돼야 한다.

정부가 진정한 국방개혁을 원한다면 이전부터 결정할 것이 아니라, 검증부터 시작해야 한다.

진해를 배제한 통합은 불통이고, 바다를 떠난 해군 교육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해군사관학교의 진해 존치는 지역의 요구를 넘어 해군 교육의 전문성과 국가균형발전 원칙을 지키는 문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졸속 추진을 멈추고, 충분한 공론화와 객관적 검증, 지역 상생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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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주 기자 (jinju.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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