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불가마 폭염, 더위보다 무서운 ‘탈수’… 콩팥은 조용히 무너질 수 있다
경남 양산의 낮 기온이 42.5℃까지 치솟았다는 소식은 이제 폭염을 단순한 여름철 불편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국 곳곳이 40℃ 안팎의 극한 더위에 갇히면서 시민들은 해수욕장과 워터파크, 백화점과 도서관 등 냉방시설을 찾아 더위를 피하고 있다. 반면 뜨거운 논밭과 축사에서는 농민들이 농작물과 가축을 지키기 위해 물을 나르고, 얼음물을 준비하며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은 사람의 일상뿐 아니라 농업과 산업 현장까지 흔들고 있다. 무엇보다 폭염이 장기화할수록 경계해야 할 것은 열사병과 열탈진 같은 온열질환만이 아니다.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을 제때 보충하지 못하면 콩팥, 즉 신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폭염은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수분을 빼앗지만, 탈수의 피해는 몸속 깊은 곳에서 시작된다. 갈증이 느껴질 때까지 물을 마시지 않는 습관은 특히 고령층에게 위험할 수 있다.
폭염 속 탈수, 신장으로 가는 혈류를 줄인다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과 불필요한 수분을 걸러내고, 체내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기다.
하지만 폭염 속에서 땀을 과도하게 흘리고도 물과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하지 않으면 체내 혈액량이 줄어든다. 그러면 신장으로 공급되는 혈류도 감소하고, 신장은 충분한 산소와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기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 과정이 심해지면 급성신손상, 흔히 급성신부전으로 불리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급성신손상은 초기에는 뚜렷한 통증이 없거나 증상이 가볍게 나타날 수 있다. 단순한 피로와 더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기 쉽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소변량이 줄거나 소변 색이 짙어지고, 심한 피로감과 어지럼증, 구역질, 부종 등이 나타난다면 탈수나 신장 기능 저하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특히 폭염 속에서 장시간 야외활동을 했거나 땀을 많이 흘린 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여름철 피로’로 넘겨서는 안 된다.
“목이 안 마르다”는 안전 신호가 아니다
고령층은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계층 가운데 하나다.
나이가 들수록 체내 수분량이 줄고, 갈증을 느끼는 감각도 둔해질 수 있다. 몸에 물이 부족해도 젊은 사람처럼 강한 갈증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갈증이 없다고 해서 체내 수분이 충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령자는 더위를 견디는 능력뿐 아니라 탈수 상황에서 신장 기능을 유지하는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 등 만성질환이 있으면 가벼운 탈수도 건강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어르신은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신다”는 방식보다 정해진 시간 간격으로 조금씩 물을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시는 것보다, 외출 전과 외출 중, 식사 전후 등 일정한 간격을 정해 나누어 마시는 편이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더 신중해야 한다
폭염과 탈수는 일부 약물의 영향과 겹치면서 신장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이뇨제나 일부 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탈수 상태에서 신장 기능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폭염이 왔다고 임의로 약을 끊거나 복용량을 줄여서는 안 된다.
약물 중단은 혈압 상승이나 심부전 악화 등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평소 복용 중인 약과 수분 섭취량에 대해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소변량이 갑자기 줄거나 심한 어지럼증, 의식 저하, 지속적인 구토 등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하루 1.5~2L,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준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성인은 하루 약 1.5~2L 정도의 수분 섭취가 하나의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폭염 속 야외활동이나 농작업, 육체노동을 하는 경우에는 땀 배출량이 늘기 때문에 더 많은 수분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만성콩팥병이 있거나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심부전 등으로 수분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사람은 무조건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과도한 수분 섭취는 부종이나 호흡곤란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을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단순한 공식도 경계해야 한다.
수분 섭취량은 나이와 체중, 활동량, 땀 배출량, 기저질환, 복용 약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수분 관리가 중요하다.
폭염 대응은 ‘시원한 곳 찾기’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백화점과 도서관, 워터파크 등 시원한 공간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대응이다. 하지만 폭염 피해는 냉방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다르게 나타난다.
에어컨이 없는 주택에 사는 독거노인, 한낮 논밭에서 일하는 고령 농업인, 뜨거운 도로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야외 노동자는 폭염에 더 오래 노출될 수밖에 없다.
폭염은 모두에게 덥지만, 위험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따라서 행정의 폭염 대응도 단순한 행동요령 안내를 넘어 취약계층의 실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강화돼야 한다.
무더위쉼터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 농촌과 야외 작업 현장에서 충분한 휴식과 물 공급이 이뤄지는지까지 점검해야 한다.
질병관리청도 폭염 시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시원한 환경 확보를 권고하고 있으며,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등은 더욱 세심한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폭염 속 콩팥 건강, 이렇게 지켜야 한다
-. 목이 마르지 않아도 일정한 간격으로 물을 조금씩 마신다.
-. 땀을 많이 흘렸다면 수분과 전해질 보충을 함께 고려한다.
-. 한낮 야외활동과 과도한 운동·농작업은 가급적 피한다.
-. 소변량이 줄거나 색이 짙어지면 탈수 가능성을 확인한다.
-. 어지럼증, 심한 피로, 구토, 의식 저하가 나타나면 진료를 받는다.
-. 고혈압·당뇨·심부전·콩팥질환이 있다면 수분 섭취 기준을 의료진과 상담한다.
-. 복용 중인 혈압약이나 이뇨제를 임의로 중단하지 않는다.
-. 고령자는 가족과 이웃이 정기적으로 수분 섭취와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폭염은 ‘참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
42.5℃라는 숫자는 단순한 기상 기록이 아니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 농업과 산업, 지역사회의 일상을 동시에 위협하는 재난의 경고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온열질환뿐 아니라 탈수와 신장 기능 저하까지 함께 경계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는 갈증을 느끼지 못해도 이미 탈수가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폭염 속 건강관리의 핵심은 어렵지 않다.
목이 마르기 전에 물을 마시고, 더운 시간에는 쉬며,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버티지 말고 도움을 받는 것.
올여름 폭염은 ‘조금 더 참으면 지나갈 더위’가 아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폭염 대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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