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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8-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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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리위, 기강 세우려다 당내 갈등 키워선 안 된다

현역 의원 징계는 원칙대로, 윤리위는 독립적으로… ‘과유불급’ 경계하며 신뢰부터 회복해야

기사입력 2026-08-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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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현역 의원 징계 절차 개시가 당내 기강 확립의 계기가 될지, 계파 갈등을 증폭시키는 또 하나의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정당의 윤리기구가 소속 의원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인 동시에 정당의 공적 책임을 지는 정치인이다. 폭력적 충돌이나 당론에 반하는 행위, 당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논란이 제기됐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징계가 원칙이 아니라 특정 계파를 겨냥한 정치적 수단으로 비칠 경우, 윤리위는 기강을 바로 세우는 기구가 아니라 당내 갈등을 확대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나경원 의원이 3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조경태·권영진·진종오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서 “징계를 안 한다고 구심점이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과도한 징계의 부작용을 경계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기강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해야 하지만, 징계의 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당의 결속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영진·조경태·진종오 징계 절차… 사안별 책임은 구분해야


윤리위 징계 절차가 개시된 세 의원의 사안은 성격과 책임의 무게가 서로 다르다.

권영진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문제와 관련해 원내대표실에서 물리적 충돌을 일으켰다는 논란을 받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와 당의 질서를 훼손한 행위인지 엄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조경태 의원은 당내 국회부의장 후보 경선 이후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당의 공식 후보 낙선을 유도했다는 의혹으로 징계 절차에 회부됐다. 다만 본인의 해명과 구체적인 사실관계, 당론 위반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진종오 의원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조직적으로 지원해 당론과 배치되는 해당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제소됐다. 이 역시 지원의 범위와 방식, 당규 위반 여부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

서로 다른 사안을 하나의 정치적 잣대로 묶거나, 징계 수위를 미리 정해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면 절차의 공정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윤리위 내부 갈등, 징계보다 먼저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윤리위가 내부 갈등과 비밀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윤리위원장과 일부 위원 사이에 심의 절차와 보도자료 배포, 징계 관련 정보 공유를 둘러싼 갈등이 공개적으로 불거지면서 윤리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윤리위가 특정 정치세력의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심을 받거나, 심의 과정과 결정 내용이 외부에 사전 공유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징계 결과의 정당성에도 심각한 흠결이 생길 수 있다.

윤리위는 누구를 징계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절차와 운영이 당헌·당규에 부합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윤리기구의 권위는 강한 처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동일한 기준을 누구에게나 적용하고, 충분한 소명 기회를 보장하며, 심의 과정의 독립성과 비밀을 지킬 때 비로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 징계보다 공정성과 신뢰부터 세워야
나경원 의원이 3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서 “징계를 안 한다고 구심점이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과도한 징계의 부작용을 경계했다.


‘정치적 징계’ 논란 피하려면 같은 잣대 적용해야


조경태 의원이 제기한 ‘표적 심사’ 논란도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당 지도부와 관련된 윤리 제소는 신속히 다루지 않으면서 특정 의원에 대한 징계만 서두른다는 인상을 준다면, 윤리위의 판단은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윤리위는 징계 대상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지도부와의 관계가 아니라, 행위의 내용과 증거, 당헌·당규 위반 여부만으로 판단해야 한다.

같은 행위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더 중대한 사안에는 더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이 원칙이다. 이 기본이 무너지면 윤리위는 당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구가 아니라 정치적 보복의 통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중징계는 최후 수단… 사과와 소통의 기회도 필요


권영진 의원에 대한 자진 탈당 권유나 제명 등 최고 수준의 징계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징계는 충분한 사실 확인과 소명 절차를 거친 뒤 선택해야 할 최후의 수단이다. 징계가 당내 갈등을 정리하기보다 새로운 분열을 낳고, 법원의 가처분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적 갈등을 모두 징계로 해결할 수는 없다.

당내 갈등에는 책임 있는 사과와 반성, 지도부와 의원 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함께 필요하다. 잘못이 확인된 의원에게는 책임을 묻되, 당의 결속을 회복할 수 있는 정치적 해결의 통로까지 닫아서는 안 된다.

권영진 의원이 동료 의원들을 직접 찾아 사과하고 있다면, 진정성과 책임 이행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필요하다. 징계와 자정은 서로 대립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함께 작동해야 할 당내 민주주의의 장치다.


기강은 엄정하게, 징계는 신중하게


국민의힘이 지금 필요한 것은 ‘징계하지 말자’도, ‘강하게 처벌하자’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원칙에 따른 공정한 판단이다.

당헌·당규에 근거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의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 경고와 주의, 당직 제한 등 단계적 조치가 가능한 사안까지 무조건 최고 수준의 징계로 몰아간다면 ‘기강 확립’보다 ‘정치적 숙청’이라는 의심만 키울 수 있다.

반대로 당내 갈등을 이유로 명백한 위법·부당 행위까지 덮는다면 윤리위의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나경원 의원이 언급한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원칙은 이번 사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나침은 모자람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기강을 세운다는 명분 아래 절차와 균형을 잃으면 징계는 오히려 당의 구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윤리위가 바로 서야 당의 기강도 선다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살피고, 그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해왔는지 관찰하며, 무엇을 편안하게 여기는지 살펴보면 그 사람의 본모습을 어찌 숨길 수 있겠는가.”

윤리위의 판단도 결과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누구를 징계했는지가 아니라 왜 징계했는지, 어떤 절차로 심의했는지,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가 윤리위와 당 지도부의 품격을 드러낼 것이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칼을 얼마나 세게 휘두를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그 칼이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는지부터 증명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국민의힘 윤리위에 필요한 것은 더 큰 징계의 칼이 아니다.

더 엄격한 원칙과 더 투명한 절차, 그리고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는 공정한 기준이다.

윤리위가 먼저 독립성과 신뢰를 회복할 때 비로소 징계는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제도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징계는 당의 질서를 세우기보다 내부 불신과 분열을 키운 또 하나의 정치적 갈등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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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주 기자 (jinju.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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