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은 비워둔 채 태양광만 늘리나…‘햇빛소득’의 책임은 정부와 한전에 있다
경상남도가 행정안전부의 ‘햇빛소득마을 조성사업’ 1차 공모에서 6개 시군 7개 마을을 선정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농촌마을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전력 판매 수익을 주민복지와 마을 공동사업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은 지역소멸과 농촌소득 감소에 대응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의 출발부터 전력계통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선정된 7개 마을 가운데 거창·함양·하동의 4개 마을은 생산한 전기를 송전할 배전망 여력이 부족해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을 조건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즉, 발전시설을 설치해도 생산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송전할 기반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국가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정작 전기를 보내기 위한 전력망은 제때 확충하지 못한 것이다. 발전시설은 마을에 설치하라고 권장하면서 송전 기반은 갖추지 않은 채, 부족한 전력망의 보완 비용을 지방정부와 주민에게 떠넘기는 구조라면 이는 정책 지원이 아니라 책임 전가에 가깝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전력계통 포화 문제를 더 이상 지역의 개별 사업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송전망과 배전망 확충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 기반이며, 공공기관인 한전이 책임 있게 추진해야 할 과제다.
특히 계통 접속이 어려운 농촌지역에 ESS 설치를 요구하면서 비용 부담까지 지방비와 주민에게 맡기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전력망 투자 지연으로 발생한 비용을 농촌 공동체가 부담한다면 ‘주민참여형 이익공유’는 출발부터 불공정한 사업이 된다.
태양광 설치비의 최대 85%를 금융 지원한다는 점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금융 지원은 지원금이 아니라 대출이다. 발전량과 전력 판매수익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거나 유지관리 비용이 늘어나면 주민은 수익을 나누기는커녕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정부는 사업 선정 실적을 늘리는 데 앞서 마을별 전력계통 수용 능력과 사업성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 계통 접속이 불가능한 지역에는 한전의 배전망 보강을 선행하고, 불가피한 ESS 구축에는 국비를 대폭 지원해야 한다. 전력망 부족의 책임을 주민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한전 역시 ‘계통 포화’를 이유로 접속을 제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별 전력망 투자계획과 보강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협력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작 전력망 확충 계획은 불투명하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경남도도 공모 선정과 사업 확대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2차 공모에 47개 마을이 신청한 만큼, 주민의 기대가 무리한 대출과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익성·위험성 검증과 금융 구조 설명을 강화해야 한다.
햇빛소득마을의 성패는 태양광 시설을 몇 곳에 설치했느냐가 아니라 주민이 실제로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전력망은 정부와 한전이 책임지고 구축하고, 주민은 그 기반 위에서 정당한 수익을 공유해야 한다. 기반시설은 국가가 외면하고 위험은 농촌에 떠넘기는 방식이라면 ‘햇빛소득’은 지역소멸 대응책이 아니라 또 하나의 ‘햇빛부채’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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