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농업가뭄, 47억 원 응급처치 넘어 ‘물길의 구조’를 바꿔야
경남의 농업가뭄이 심상치 않다. 도내 평균 농업용 저수율은 39.2%까지 떨어져 평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창원·진주·김해·밀양·거제·양산과 의령·함안·창녕·하동·산청 등 11개 시·군이 농업가뭄 ‘경계’ 단계에 진입했다. 폭염과 강수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농작물 생육 부진은 물론 수확량 감소와 농가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경상남도가 지속되는 농업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국비 15억 원과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32억 5,000만 원 등 총 47억 5,000만 원을 확보한 것은 필요한 조치다. 확보한 재원은 살수차와 양수기 지원, 저수지 준설, 양수장 및 송수관로 설치, 관정 개발 등 긴급 농업용수 공급에 투입된다. 산림청 산불진화차량 22대까지 밀양에 투입하는 범기관 협력도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물을 급히 실어 나르는 방식’에 머문다면 한계는 분명하다. 급수차와 산불진화차량은 긴급 상황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넓은 농경지에 장기간 물을 공급하기에는 물량과 비용 모두 부담이 크다. 가뭄이 길어질수록 인력과 유류비, 장비 운영비도 함께 늘어난다. 비상 급수는 어디까지나 응급처치일 뿐, 안정적인 농업용수 체계를 대신할 수 없다.
관정 개발도 신중해야 한다. 지하수는 가뭄 때 중요한 비상 자원이지만, 단기간에 관정을 무분별하게 늘리면 장기적으로 지하수위 저하와 수질 악화, 지역 간 수자원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관정 확대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지역별 지하수 이용량과 재충전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속 가능한 범위에서 관리하는 일이다.
이제 경남은 매년 반복되는 가뭄에 대응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낙동강과 주요 하천의 수자원을 가뭄 취약 지역의 저수지와 농경지로 연결하는 광역 양수·송수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물이 있는 곳과 부족한 곳을 연결하지 못한다면 지역별 농업용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기존 저수지의 활용도도 높여야 한다. 신규 시설을 늘리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퇴적물로 줄어든 저수지의 저장 능력을 복원하기 위해 준설을 확대하고, 노후 수로와 누수 구간을 정비해 공급 과정에서 낭비되는 물부터 줄여야 한다. ‘물을 더 확보하는 정책’과 ‘확보한 물을 덜 잃는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스마트 농업용수 관리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저수율과 수로 수량, 토양 수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작물별 필요량에 맞춰 정밀 급수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물 부족 시대에는 많이 공급하는 것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수처리 재이용수 등 대체 수자원의 활용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질 기준과 안전성을 철저히 확보한다는 전제 아래, 정화된 재이용수를 가뭄 시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 단위 공급망을 마련해야 한다. 한정된 물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구조에서 벗어나 물을 순환시키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경남도가 밀양 무안·초동면 양수펌프 및 관로 설치비 21억 원, 도내 관정 설치비 77억 원 등 추가 국비 98억 원을 정부에 건의한 것도 중요하다. 다만 추가 예산 확보가 단순한 시설 확충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별 물 수요와 공급 여건, 기후변화 전망을 반영한 중장기 농업용수 종합계획으로 연결돼야 한다.
이번 47억 5,000만 원은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농심을 지키기 위한 소중한 긴급 재원이다. 그러나 가뭄이 반복될 때마다 급수차를 늘리고 관정을 파는 방식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경남 농업에 필요한 것은 임시로 물을 나르는 대책이 아니라, 물이 필요한 곳까지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는 새로운 기반이다. 지금의 위기를 계기로 광역 물 공급망, 저수지 저장능력 확충, 스마트 물 관리, 대체 수자원 활용을 아우르는 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가뭄 대응은 재난 복구의 문제가 아니라 경남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정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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