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덮자는데 정치권은 징계뿐…국민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의 '부산 돌려차기' 발언은 분명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적절한 언행이었다. 피해자의 고통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국회 간담회에서 농담처럼 오간 것 자체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논란이 커진 이후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은 또 다른 의문을 남긴다. 발언의 부적절성을 반성하고 재발 방지에 집중하기보다, 모든 논의가 '징계 수위'와 '윤리위 회부'에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당사자인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이 일로 누군가 징계를 받길 원하지 않는다"며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우려했다. 피해자가 강조한 것은 자신의 이름이 정치적 공방의 도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범죄 피해자 보호와 제도 개선 논의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정치권은 피해자의 뜻보다 징계 여부를 앞세우고 있다. 최고위원회의는 윤리위원회의 엄중 조치를 거론했고, 일부에서는 자진 탈당까지 요구했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최고 수준의 중징계를 촉구하며 윤리위 제소에 나섰다. 어느새 논란의 중심은 피해자가 아니라 정치권 내부의 징계 경쟁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징계는 책임을 묻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데 있다. 사과와 성찰, 제도 개선보다 징계 자체가 정치적 성과처럼 소비된다면, 그것은 책임정치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정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사과보다 징계 경쟁에 몰두한 정치…정작 피해자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나
중국 고사에는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라는 말이 있다. 두 호랑이가 먹이를 놓고 싸우다 서로 상처를 입으면 제3자가 이득을 본다는 뜻이다. 또 '구호탄랑지계(驅虎呑狼之計)'는 호랑이를 몰아 이리를 잡게 만든 뒤 상황을 이용하는 계략을 의미한다.
지금 정치권의 모습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논란을 계기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서로를 겨냥한 징계 경쟁과 정치적 공세에 몰두한다면, 결국 상처를 입는 것은 정치권 전체의 신뢰다. 피해자의 아픔은 뒷전으로 밀리고, 남는 것은 정쟁뿐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징계 자체가 아니다. 국민은 정치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존중하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원한다. 징계는 그 과정의 한 수단일 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열쇠가 아니다.
정치는 분노를 키우는 기술이 아니라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피해자의 목소리보다 정치적 계산이 앞서는 순간, 정치는 또다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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