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는 이제 낯선 이동수단이 아니다. 출퇴근길과 대학가, 도심 골목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형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보다 간편하고 자전거보다 이동이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편리함이 곧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국 첼시 앤드 웨스트민스터 병원 데이비드 보단스키(전공의) 연구팀이 최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보고한 전동킥보드 사고와 중증 외상을 대규모로 분석한 연구 결과는 우리가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위험성을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준다. 특히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오토바이 운전자보다 외상성 뇌손상과 혈관 손상을 입을 위험이 훨씬 높았다.
연구진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영국 잉글랜드·웨일스의 주요 외상환자 등록자료와 18개 도시에서 2020~2024년 수집된 전동킥보드 대여업체 사고자료를 분석했다. 전체 자료는 3만8,440건에 달했고, 대여 전동킥보드만 해도 3,300만 회가 넘는 운행과 7,780만㎞의 이동거리가 포함됐다.
분석 결과는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외상성 뇌손상 위험은 오토바이 이용자보다 3.45배 높았다. 혈관 손상 위험 역시 3.24배 높았으며, 내부 장기 손상 위험도 1.46배 높았다. 특히 외상성 뇌손상은 성인 전동킥보드 부상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자전거 이용자와 비교해도 전동킥보드의 뇌손상 위험은 1.74배 높았다.
반면 골절 위험은 오토바이 이용자보다 낮았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전동킥보드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부상을 입느냐다.
골절이 적다고 해서 사고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머리와 뇌, 복부 내부 장기, 혈관처럼 겉으로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부상이 많다면 오히려 생명과 직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전동킥보드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구조가 다르다. 이용자가 서서 타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높고, 바퀴가 작으며 일부 모델은 서스펜션 기능도 제한적이다. 도로의 작은 턱이나 포트홀, 배수구, 전차 선로와 같은 장애물을 만났을 때 균형을 잃기 쉽다.
특히 급정거하거나 장애물에 앞바퀴가 걸리면 이용자의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머리부터 지면이나 차량 등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헬멧 착용률도 매우 낮았다. 연구 자료에서 헬멧을 착용한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5.9%에 불과했다. 한 대여업체 이용자 자료에서는 그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높은 무게중심과 작은 바퀴, 불안정한 주행 환경, 낮은 헬멧 착용률이 겹치면서 머리 부상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어린 이용자다.
소아·청소년 이용자는 비교 대상 교통수단에 비해 전동킥보드 외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특히 골절은 성인보다 적더라도 머리와 얼굴 부상의 부담이 상당했다.
어린이는 신체 구조상 성인과 다르다. 복부의 방어 조직이 상대적으로 얇고 장기의 비율도 다르기 때문에 핸들바에 직접 충돌할 경우 내부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전동킥보드 안전 문제를 단순히 “헬멧을 쓰느냐, 안 쓰느냐”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차량 자체의 안전성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연구에서는 제동장치 개선, 바퀴 크기와 서스펜션 개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손잡이 설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용자의 몸으로 전달되는 충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동킥보드 자체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도로 환경도 중요하다.
연구에서는 전동킥보드 사고가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취약성이 높은 지역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반면 도로가 넓고 차량 속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사고 빈도는 낮더라도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더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이는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준다.
전동킥보드 사고를 단순히 이용자의 부주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로 구조와 교통 환경, 지역별 이용 특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보호된 이동공간을 확보하고, 자동차와 전동킥보드의 동선을 분리하며, 야간 조명과 도로 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사고가 잦은 지역에는 속도 제한이나 지오펜싱 같은 기술적 규제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연구 대상은 영국의 외상환자와 특정 대여업체 이용자를 중심으로 했으며, 개인 소유 전동킥보드의 이용 실태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개인 소유 전동킥보드가 상당수 존재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확한 노출량과 사고 자료는 제한적이다.
또한 연구에 포함된 대여업체 사고자료는 이용자가 직접 신고한 사건이어서 모든 사고를 포괄한다고 볼 수 없다. 가벼운 사고는 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기억에 남는 큰 사고는 신고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연구가 제시하는 수치를 모든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절대적인 사고 확률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메시지는 있다.
전동킥보드는 단순한 레저기구가 아니라 교통수단이며, 그에 걸맞은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머리와 뇌, 내부 장기와 혈관 손상 위험이 높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단순히 팔이나 다리에 골절이 생기는 것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내부 손상이 발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역시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안전 대책이 따라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헬멧 착용을 확대하고,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이용을 막으며, 속도와 주행구역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제조 단계에서부터 제동 성능과 충격 흡수 능력을 강화하고, 사고가 잦은 도로에는 전용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확한 데이터다.
현재 전동킥보드 사고는 경찰, 병원, 보험, 대여업체 등 각각의 자료가 분절돼 있는 경우가 많다. 사고 발생 장소와 시간, 주행거리, 속도, 헬멧 착용 여부, 사고 유형, 부상 정도 등을 체계적으로 축적해야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전동킥보드는 분명 도시 교통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편리한 이동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해야 한다.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전동킥보드의 위험성을 과장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이 새로운 이동수단을 보다 안전하게 우리 사회에 정착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이자 정책의 출발점에 가깝다.
전동킥보드 시대를 막을 수 없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금지와 방치 사이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안전한 이용 질서를 만드는 일이다.
#전동킥보드 #전동킥보드사고 #전동킥보드안전 #전동킥보드헬멧 #외상성뇌손상 #뇌손상 #킥보드사고 #퍼스널모빌리티 #PM안전
전국 주유권, 편의점, 카페 등 10% 할인되는 모바일 쿠폰 '업플러스' 가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