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은 경남에 답해야 한다…‘남해안 우주항공벨트’ 말뿐이어선 안 된다
경상남도가 국가 우주항공산업의 미래를 놓고 우주항공청에 정면으로 요구했다. 박일웅 경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7일 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을 만나 ‘남해안 우주항공 산업벨트 구축’을 위한 핵심 현안을 제시하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이번 면담에서 경남이 내놓은 요구는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다.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을 어디에서,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질문이다.
경남은 국내 최대 우주항공산업 집적지다. 사천에는 우주항공청이 들어섰고, 항공기 제조와 부품·소재·장비 기업들이 집적돼 있다. 그럼에도 정작 산업을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정책을 현장에 전달할 전담기관은 부족하다. 국가가 우주항공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외치면서도 산업 현장의 컨트롤타워 구축에는 머뭇거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항공산업진흥원의 경남 설립은 더 이상 지역의 요구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정책과 연구, 기업 지원, 인재 양성, 투자와 수출을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실행기관이 필요하다면 그 최적지는 산업 기반과 기업 생태계가 이미 구축된 경남이어야 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국가 대형 프로젝트에서 지역 기업이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이다. 차세대 민항기 국제공동개발과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사업이 추진되더라도 경남의 중소·중견기업이 핵심 공급망과 기술개발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지역 산업 육성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말할 것이 아니라 지역 기업이 실제로 수주하고 기술을 축적하며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오는 10월 개최되는 ‘2026 사천에어쇼 우주항공방위산업전’도 마찬가지다. 올해 처음 우주항공방위산업전을 열고 세계 공군 참모총장 회의와 연계한다면, 이제 사천에어쇼는 단순한 볼거리 중심 행사를 넘어야 한다. 전시장에서 박수만 받고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계약과 투자, 기술협력과 수출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대표 우주항공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주항공청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우주항공청 청사 건립을 비롯한 핵심 인프라 사업을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세계 각국이 우주항공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상황에서 청사와 산업 기반 구축조차 늦어진다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경남 역시 중앙정부의 지원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기업·대학·연구기관·지자체를 촘촘하게 연결하고, 투자와 인재를 끌어들일 산업 생태계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남해안권의 각종 중첩 규제로 인해 산업 인프라 조성이 막히는 문제도 중앙정부와 국회에 분명한 개선책을 요구해야 한다.
우주항공산업은 지역 민원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이자 안보와 직결된 전략산업이다.
우주항공청이 경남에 자리 잡았다면 이제 말이 아니라 성과로 답해야 한다. 경남 기업이 국가사업에 참여하고, 사천에서 개발된 기술이 세계시장으로 수출되며, 남해안 일대가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의 핵심 벨트로 성장하도록 국가 차원의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경남의 요구를 또 하나의 지역사업 요구로 흘려보낸다면 정부 스스로 우주항공산업 육성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다.
우주항공 강국을 말하려면 우주항공산업이 실제로 움직이는 현장부터 키워야 한다. 그 출발점은 경남이어야 한다. 그래서 우주항공청은 이번 경남도의 협조 요청에 제대로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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