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만성질환자는 더 위험하다…“약 끊고 소금 먹는 것”이 더 큰 독
폭염이 길어질수록 건강한 사람보다 더 조심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혈압·당뇨병·만성 신장질환·통풍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더위는 단순히 불쾌감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땀을 많이 흘리면서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이 흔들리고, 혈압과 혈당, 신장 기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고령의 만성질환자에게 폭염은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폭염 자체만이 아니다. ‘더우니까 약을 줄여야 한다’, ‘땀을 흘렸으니 소금을 더 먹어야 한다’는 잘못된 판단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혈압 환자, 혈압이 낮아졌다고 약부터 끊어서는 안 된다
여름에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평소보다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탈수까지 겹치면 어지럼증이나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이나 이뇨제 등을 복용하는 환자는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혈압이 낮게 측정됐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줄이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 약물 조절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또 하나 주의할 것은 소금이다. 땀을 많이 흘렸다는 이유로 소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압 관리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땀을 흘렸으니 소금을 먹어야 한다’는 단순한 공식부터 경계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폭염은 ‘혈당 관리의 변수’다
당뇨병 환자에게 탈수는 특히 위험하다.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이 감소하면 혈당이 높아질 수 있고, 혈액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심혈관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장기간 당뇨병을 앓아 자율신경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체온 조절 능력까지 떨어져 온열질환 위험도 커진다.
특히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하는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탈수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갈증을 해소한다며 주스나 단 음료를 과도하게 마시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당뇨병 환자의 여름철 수분 보충은 혈당 관리와 함께 생각해야 한다.
콩팥병 환자는 ‘많이 마시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만성 신장질환자는 수분 관리가 더욱 까다롭다.
탈수가 심해지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신장 기능이 악화될 수 있지만, 반대로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가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많이 마시면 부종이나 전해질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물을 많이 마셔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만성 신장질환자는 자신의 상태에 맞는 하루 수분 섭취량을 주치의와 확인하고, 정해진 범위 안에서 조금씩 나누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풍 환자도 탈수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고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체내 요산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통풍 환자는 폭염 속 탈수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통풍 관리에서도 결국 핵심은 충분하고 적절한 수분 섭취다. 다만 신장질환 등 다른 만성질환이 함께 있다면 개인별 수분 제한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폭염을 이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만성질환자의 여름 건강관리는 특별한 비법보다 기본을 지키는 데서 시작한다.
첫째, 목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자신의 질환과 치료 조건에 맞춰 수분을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둘째, 폭염이 심한 시간대에는 야외활동을 줄여야 한다. 특히 고령의 만성질환자는 한낮의 장시간 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셋째, 실내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갑작스러운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운동을 무조건 중단할 필요는 없지만 더운 날씨에는 운동 시간과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평소보다 무리한 운동은 탈수와 피로를 키울 수 있다.
다섯째, 처방받은 약은 임의로 끊거나 줄이지 않는다. 혈압이나 혈당의 변화가 반복된다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알려 약물과 생활습관을 조정해야 한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만성질환자에게는 훨씬 더 위험한 계절이다. 특히 고혈압 환자가 혈압이 낮아졌다고 약을 끊거나, 땀을 흘렸다고 소금을 과도하게 먹는 것처럼 ‘상식’이라고 믿었던 행동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폭염 건강관리의 핵심은 무조건 많이 마시고 무조건 쉬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질환과 복용 약에 맞게 수분과 활동량을 조절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더위는 피할 수 없지만 위험은 줄일 수 있다.
올여름 만성질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강수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약은 임의로 끊지 말고, 탈수는 피하고, 폭염에는 무리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생존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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