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대 경상남도의회 의원 68명 가운데 18명, 무려 26%가 의정활동 외에 별도의 보수를 받는 유급 겸직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체 대표, 변호사·법무사, 세무회계사무소, 노인복지센터 대표, 자동차 대리점 운영, 대학 외래강사 등 직종도 다양하다.
겸직 자체가 곧바로 불법은 아니다. 지방의원의 현실적인 생계 문제와 전문성을 고려하면 일정 범위의 겸직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문제는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 사적 이해관계를 동시에 갖고 있을 때 이를 어떻게 검증하고 통제하느냐에 있다.
도의원의 상임위원회 활동은 단순한 회의 참석이 아니다. 조례를 심사하고 예산을 들여다보며 각종 정책과 사업을 감시한다. 그런데 의원이 특정 기업이나 단체의 대표이거나 그곳에서 보수를 받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이 몸담은 업종이나 이해관계와 직결된 사업이 예산과 정책의 대상이 될 경우, 의정활동과 사적 이익 사이에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누구도 가볍게 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겸직 신고제도의 실효성이다.
현행 제도는 의원에게 겸직 사실을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 내용에 문제가 발견되면 의장이 소명을 요구하거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겸직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의장의 조치는 사임 권고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핵심적인 검증과 제재가 의원과 의회 내부의 자율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자율 신고는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출발점일 뿐, 검증의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겸직이 없다고 신고한 의원까지 별도의 '겸직 없음 확인 신고'를 해야 하고, 겸직 내용에 변경이 발생하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면 그만큼 관리와 검증도 촘촘해야 한다. 선거공보와 의원등록 자료 등을 대조해 누락이나 허위·부정확한 신고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를 형식적인 절차로 끝내서도 안 된다.
특히 기업이나 단체의 대표자가 의원으로서 예산과 행정을 심사하는 구조라면 상임위원회 배정 단계부터 이해충돌 여부를 따져야 한다. 단순히 겸직 사실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일을 하는지, 누구에게 보수를 받는지, 의정활동과 어떤 접점이 있는지까지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경남도의회는 이제 '신고받았다'는 행정적 절차에서 벗어나야 한다. 겸직 여부뿐 아니라 직업·직위·업종·보수 규모·주요 이해관계와 해당 의원의 상임위원회 활동 사이의 충돌 가능성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이해충돌 가능성이 확인된 경우에는 해당 안건 심사와 표결에서 회피하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통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허위·축소 신고에 대해서도 단순 권고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도의원은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인 동시에 주민을 대표하는 공직자다. 개인의 영리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공적 권한과 사적 이해관계가 뒤엉키는 상황까지 방치해서는 안 된다.
겸직의 합법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직의 신뢰성이다.
도민이 알고 싶은 것은 의원이 무엇을 겸직하고 있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그 겸직이 의정활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는지, 그 영향력을 감시하고 차단할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다.
경남도의회가 이를 단순한 겸직 현황 공개로 끝낸다면 이번 논란은 또다시 일회성 문제 제기에 그칠 것이다. 이제는 겸직 허용 여부를 넘어 이해충돌 방지와 사적 이익 차단을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전면 재점검해야 할 때다.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회에서 의원의 공적 권한과 사적 이익이 충돌한다면, 가장 먼저 지켜져야 할 것은 의원의 영리활동이 아니라 도민의 신뢰와 공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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