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경기도와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 공적확인제도 추진’ 업무협약 체결
경기도가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행정 체계 밖에 놓인 외국인 아동을 공적으로 확인하고 최소한의 의료·복지 지원체계와 연결하는 제도 마련에 나섰다.
경기도와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8월 7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경기도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 공적확인제도’ 추진을 위한 민관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김원규 경기도 이민사회국장과 조민선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사업부문장을 비롯해 초록우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분명하다. 부모의 체류 자격 문제 때문에 아이의 존재까지 행정에서 지워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외국인 아동은 행정적으로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워 공공의료와 복지, 보호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영유아 시기에는 적절한 의료와 양육 지원을 받지 못할 위험이 있고, 성장 과정에서는 교육과 복지 서비스 접근 역시 제한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행정망 밖에 있는 아동일수록 학대와 방임 등 위험에 노출돼도 보호체계가 신속하게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공적확인제도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의 존재를 행정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료·보육·복지 등 공공서비스와 민간 지원체계에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세이브더칠드런도 기존의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한 성장 지원’ 사업을 경기도에서 확대한다.
이 사업은 미등록 임산부의 안전한 출산과 회복을 비롯해 아동 의료비, 영유아 양육, 학령기 및 청소년기 학습 지원 등을 포함한다. 현재 경기도 내 18개 이주민 지원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원하고 있다.
이번 협약은 지자체의 행정력과 민간단체의 현장 경험을 결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행정기관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민간단체가 실제 현장에서 아동과 가족을 찾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공적확인제도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가장 큰 한계는 공적확인증이 출생신고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동의 존재를 확인하고 지원체계에 연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체류 자격이나 국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부모의 불안이다. 미등록 체류 상태에 있는 부모가 공적확인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거나 출입국 단속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신청 자체를 꺼릴 수 있다.
따라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과 부모의 체류 자격 문제를 분리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지역 간 격차도 풀어야 할 과제다.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나 협약을 중심으로 제도가 운영될 경우, 거주 지역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아동과 그렇지 못한 아동이 갈리는 또 다른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경기도의 시도는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외국인 아동을 포함한 보편적 출생등록 체계를 구축하고, 출생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체류 자격 때문에 아동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아동의 정보가 출입국 단속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최소화하고,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의 출생 사실을 등록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와 개인정보 접근 제한 원칙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적이나 체류 자격이 아니라 아이의 권리다.
아이는 부모의 체류 자격을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생존하고 성장하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 존재다.
경기도의 공적확인제도가 단순한 행정 편의를 넘어 이러한 원칙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번 협약이 특정 지역의 시범사업에 머물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우리 사회가 그동안 행정의 경계 밖에 놓아두었던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을 ‘관리 대상’이 아닌 ‘권리를 가진 아동’으로 바라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답해야 할 질문은 간단하다.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느냐가 아이가 보호받을 권리를 결정해야 하는가.”
아동의 권리를 중심에 둔다면 답은 분명하다. 태어난 아이의 존재를 확인하고 보호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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