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 근감소증…악력 저하군 85%가 근감소증 동반
노년의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몸의 작은 변화가 먼저 나타나고, 그 신호를 놓치면서 서서히 노쇠가 진행된다. 질병관리청이 주목한 ‘악력’이 바로 그 신호 가운데 하나다.
질병관리청 분석 결과, 80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인 26.9%가 근감소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악력이 떨어진 노인의 85%가 근감소증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악력 저하는 단순히 손의 힘이 약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신의 근육량과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건강 신호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정신건강과 생활기능의 변화다.
65~74세 악력 저하군의 우울장애 유병률은 14.3%로 정상군 2.0%보다 7배 이상 높았다. 저작 불편도 37.7%로 정상군 24.1%보다 높았다.
75세 이상에서는 문제가 더욱 뚜렷했다. 악력 저하군의 64.4%가 걷기 운동을 하지 않았고, 음식을 씹는 데 불편하다는 응답도 42.0%로 정상군보다 높았다.
결국 악력 저하는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근력 저하 → 활동량 감소 → 영양 섭취 저하 → 근육 추가 감소 → 신체기능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우울과 사회적 고립까지 겹치면 노쇠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그래서 부모님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거창한 건강검진이 아닐 수도 있다. 손을 한번 꼭 잡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손 한번 꼭 잡아보세요”…악력 변화로 부모님 건강의 위험 신호 살펴야
평소보다 손아귀 힘이 눈에 띄게 약해졌거나 페트병을 열기 힘들어하고, 물수건을 짜는 동작이 어려워졌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건강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악력계로 측정했을 때 악력 저하 기준은 남성 28㎏ 미만, 여성 18㎏ 미만이다. 다만 가정에서 손을 잡아보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이상 신호를 확인하는 참고 방법이며, 정확한 진단은 의료기관이나 전문 검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노쇠는 피할 수 없는 운명도 아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운동과 영양 관리 등을 통해 악화를 늦추고 건강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걷기와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고, 단백질 등 균형 잡힌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씹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치과 진료와 함께 계란·두부·생선 등 먹기 편하면서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가족의 관심이 중요하다.
부모님의 손을 잡아보는 짧은 순간이 건강 이상을 발견하는 첫 번째 검사가 될 수 있다.
노년의 건강은 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것보다 노쇠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이 이번 분석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도 결국 여기에 있다.
오늘 부모님을 만난다면 안부만 묻지 말고 손을 꼭 한번 잡아보자.
“요즘 손에 힘이 좀 빠진 것 같지는 않으세요?”
그 짧은 질문이 부모님의 건강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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