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청년에게 미래를 말하기 전에 당부터 바꿔라
국민의힘이 10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여성과 청년 당원을 대상으로 한 ‘2030 미래 의제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청년·여성의 목소리를 당의 미래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이 직면한 현실은 청년 교육 프로그램 하나로 덮을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조경태·권영진·진종오·서범수 의원 등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면서 당 내부에서는 ‘기강 확립’이라는 주장과 ‘친한계 및 비당권파를 겨냥한 표적 징계’라는 반발이 맞서고 있다.
당이 극심한 내부 갈등에 빠진 상황에서 청년과 여성에게 미래를 이야기한다면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우리 당은 과연 다른 목소리를 존중하고 있는가.”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과거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당의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 당의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에서 사과는 출발점일 뿐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사과문이 아니라 행동의 변화다. 당의 쇄신을 말하면서 내부에서는 징계와 계파 갈등이 계속된다면 청년들이 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만 18~35세 여성·청년 당원 50명이 참여해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인구구조 변화 등 미래 의제를 논의한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8시간 동안의 토론으로 당의 미래가 바뀌지는 않는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청년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실제로 결정권을 갖는 정치 참여의 기회다.
청년들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안해도 당 지도부의 책상에서 사라진다면 연구소는 결국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여성과 청년을 당의 미래라고 말하려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고, 공천과 당직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강당에서 열린 여성·청년 당원교육 '2030 미래 의제 연구소' 개회식 후 기념촬영
더구나 현재 국민의힘이 풀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세대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당내에서 다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징계 논란이 반복되고, 징계의 공정성을 놓고 계파 간 공방이 벌어진다면 청년들에게 아무리 자유와 다양성을 이야기해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당은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곳이다. 반대 의견을 제거해서 조용해지는 것이 기강 확립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목소리를 제도 안에서 토론하고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 민주정당의 기본이다.
따라서 ‘2030 미래 의제 연구소’는 일회성 교육 프로그램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청년과 여성 당원들이 직접 정책을 만들고 당 지도부에 제안하며, 그 정책이 당론과 입법으로 이어졌는지를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상설 정책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공천 역시 마찬가지다. 청년과 여성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선언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정치 신인이 실제 선거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정말 쇄신하려 한다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청년에게 미래를 말하기 전에 당의 현재부터 바꾸면 된다.
계파 갈등을 줄이고, 징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반대 의견을 존중하며, 청년과 여성에게 실질적인 정치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청년들은 정치인의 말보다 행동을 먼저 본다.
‘2030 미래 의제 연구소’가 국민의힘의 또 하나의 행사로 기억될지, 아니면 낡은 정당 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으로 기억될지는 결국 지도부의 후속 행동에 달려 있다.
청년을 들러리로 세우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 청년에게 실제 권한을 주는 정당만이 미래를 말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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