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 통합본사, 경남으로 와야 한다…청년들의 절박한 외침에 정부가 답할 차례다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경남 유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제 행정기관을 넘어 지역 청년들의 목소리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는 경상국립대학교, 진주교육대학교, 연암공과대학교, 진주보건대학교 등 진주지역 4개 대학 총학생회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경남혁신도시 유치를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지역 청년들이 스스로 나서 자신들의 미래를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특별한 특혜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 지역에 대학이 있고 인재가 있는데도 졸업하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과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하는 현실을 바꿔 달라는 것이다.
“지역에서도 꿈을 이루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청년들의 요구는 지극히 상식적이다.
국가균형발전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가.
결국 사람이 지역에 남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간판만 지방으로 옮겨놓는 것이 균형발전의 전부가 아니다. 그 지역에서 공부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균형발전이다.
그런 점에서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입지는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아니다.
이는 서부경남 청년들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며, 더 나아가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것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다.
경남이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최적지라고 주장하는 근거도 분명하다.
우선 기존 한국남동발전 본사 청사를 활용할 수 있다. 신규 청사를 건립할 경우 2,500억 원 이상의 예산과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 막대한 재정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과 재정 효율화를 강조해 왔다면 이보다 명확한 대안도 찾기 어렵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입지의 산업적 연계성이다.
진주를 중심으로 삼천포와 하동 등 주요 발전현장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두산에너빌리티와 효성중공업, 한국전기연구원 등 에너지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경남에 집적돼 있다.
특히 경남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라는 거대한 에너지 전환의 현장에 서 있다.
삼천포와 하동 등 기존 화력발전 지역은 발전소 폐지에 따른 산업과 일자리 전환이라는 현실적인 과제를 떠안고 있다.
그렇다면 통합발전공기업의 본사가 이곳에 자리 잡는 것은 단순히 본사 하나를 가져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화력발전 중심의 산업구조를 미래 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의 산업·고용 충격을 완화하는 국가적 거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경남이 말하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것은 지역 청년들의 목소리다.
청년들은 지금 정부에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만을 위한 특혜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지역에서 일하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정부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을 막겠다고 수없이 약속해 왔다면, 이번만큼은 그 약속을 실제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
특히 지역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정부에 호소하는 상황을 단순한 지역 유치전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청년 자신이다.
대학은 있지만 일자리가 없고, 일자리가 있어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기 어려운 현실. 이것이 지방소멸의 본질이다.
그런데 지금 진주의 대학생들이 직접 나서 “지역에서도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이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국가균형발전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최종 입지는 객관적인 기준과 국가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그 기준에는 행정 효율성과 경제성뿐만 아니라 청년 정착, 지역 일자리, 산업 연계, 에너지전환,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가치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경남혁신도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기존 청사를 활용할 수 있고, 발전현장과 가깝고, 에너지 관련 산업과 연구기관이 집적돼 있으며, 무엇보다 발전소 폐지라는 에너지 전환의 가장 현실적인 현장을 품고 있다.
여기에 지역 대학과 청년 인재라는 중요한 자산까지 갖추고 있다.
정부가 정말 지방소멸을 막고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이제 답해야 한다.
지역 청년들이 직접 나서 호소하고 있는데, 정부는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경남 유치는 특정 지역에 대한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청년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지역에 인재가 남을 수 있도록 하며, 에너지 전환의 충격을 지역 발전의 기회로 바꾸는 국가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진주 청년들의 외침을 단순한 유치 구호로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청년이 떠나지 않는 지방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실천할 수 있는지, 이번 결정이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경남 유치 여부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대한민국은 청년들에게 지역에서도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제 경남청년들의 절박한 외침에 정부가 답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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